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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Jul 31. 2024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수입 0원까지 D-6개월


2024년 1월 1일, 책[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을 읽었다. 두 번째 읽는 책이었다. 책에서는 확신한다. 책 속에 답이 있다고. 속는 셈 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친정집에 간 날이었다. 

책 속에서 나의 앞 날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탓에 자주 오는 친정집인데도 이 날은 오랜만에 책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결혼 전에 엄마와 함께 살 때,

월급 좀 받는다고 사부작사부작 사두었던 책들


소설책이 대부분이다.


자기 계발서와 경제경영서로 채워지고 있는

지금 우리 집 책꽂이와는 다르다.

감정적이고 낭만적이다.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후 우리 집에 있는 안 읽은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서만 보니까 지치는 기분이 들던 차에 친정집 책꽂이에서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을 한 권 집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새벽

아직 곤히 잠든 아이 옆에서 조용히 책을 펼친다.


드라마 미생이 인기였을 때

같이 화제가 되었던 책


사두기만 하고 펼쳐보지도 않았던 책을

10년이 지나 열어본다.


책 제목만 보고 짐작해 본다. 기대해 본다.

미로 같은 지금 상황의 탈출구를 찾을 기를.






책은 주인공의 29번째 생일로 시작한다. 생일이지만 주변에는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없다.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은 자신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


지금껏 살아온 삶이 허망하여 목숨을 끊을 시도를 하지만 이내 실패한다. 죽을 용기도 부족한 그녀는 우연히 TV에서 나오는 라스베이거스에 시선을 사로잡히고 서른을 맞이하는 1년 뒤 라스베이거스를 즐긴 후 미련 없이 생을 마감하기로 한다.




그런 그녀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다니.


-나는 죽음을 앞두고 뭘 할 수 있을까? 만약 암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밟혔다. 엄마란 죽음을 상상하는 것 또한 사치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극단적인 설정이 아니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곧 죽는다면.. 무엇이 가장 후회스러울까?


그러다가 떠오른 한 가지



-내가 죽더라도 나의 글이 남아 있다면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내가 좋아하는, 원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나 혼자만 보는 목록인데도 항목들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 과정 중에 늘 남아있던 글쓰기.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도 읽어가며 내린 결론은 '이러저러해도 나는 글을 쓰고 싶다'였다.


그렇게 글을 써보기로 했다


-무슨 글을 써야 할까


신혼 때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용돈 벌이도 했던 나다. 노력에 비해 조회수가 잘 나온다며 으쓱해했던 때가 있었다. 그마저도 여러 이유로 중단됐고 이제는 조회수가 0은 아니라서 다행인 나의 블로그. 그 블로그를 다시 살리자니 치부를 건드리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글을 쓰기로 했으니 블로그부터 찾게 된다. 그래도 나의 흔적이 많은 익숙한 곳을. 

블로그 관련 책들에서는 아무 글이나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일단 써라, 하지만 검색어를 찾고 조회수를 고려하며 포스팅을 했던 습관 때문에 아무 글이나 써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서 만큼은 잘 알려주고 싶었으니까 돈에 대해서 쓰자



그렇게 아이에게 돈을 가르치기로,

그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하였다.


고작 큰 아이는 4살


기본 생활 예절도 겨우 가르치는 마당에 무슨 돈인가 싶다. 그렇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확신하는 나는 누군가 밀지도 않은 등을 떠밀리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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