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이런 사회 현상이 발생하는지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즐거웠다. 하면 할수록 시야가 넓어져 신세계를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과거 속에 파묻히는 게 아니라 늘 앞을 향해 나아갔다. 투자라는 행위는 가깝고도 먼 미래를 상상하게 했고 그것이 실현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즐거움을 아이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다. 나보다 더욱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세상이라는 파도에 맞서거나 피해가지고 않고, 시류를 읽고 그것을 유연하게 타고 즐기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는 갈망했다.
가난을 다시 만나지 않기를 갈망했다. 사춘기에 경험했던 가난은 내가 나답기를 허락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없었다. 함부로 떼를 쓸 수도 없었다. 현실에 맞게 살아야 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틀 안으로 들어가서 살아야 했다. 나의 아이는 스스로를 가두고 살지 않길 바랐다. 자신을 잘 탐색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 매일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랐다.
아이에게 반드시 돈 공부를 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완성되어야 했다. 아이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배울 것이었다. 아이는 나에게 강한 동기가 되었다. 돈에 대한 바른 생각과 태도를 습관화 위해 노력해 온 시간들이 쌓여 6년이라는 숫자가 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시켜주는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어느 순간 나의 꿈이 되어있었다. 그 시작은 내 아이들이 될 것이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용돈으로 경제 교육을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지금부터 4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4년 후 나는 나의 아이, 그리고 아이의 친구들에게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사람, 돈을 잘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우아하게 세워 둔 나의 계획은 여기서 끝났다.
재테크를 하며 자산을 늘려간다고 한들 매달 고정 수입이 없으니 꿈 꾸는 것은 사치였다. 하우스 푸어는 나의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모아 온 현금은 대출 상환에 고스란히 나가고 있었다. 돈이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노력해 왔으나 자산이 현금을 갉아먹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뭐라도 해야 했다.
때마침 아이는 편의점 나들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주스 사줘
-자동차 사러 가자
가뜩이나 돈은 벌어야겠는데,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일. 당장 돈이 되고 시간이 끼워 맞춰지는 일을 해야 할지, 당장은 돈이 안 돼도 후에 돈이 될 것을 생각하며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 하던 차에 아이는 소재를 던져주었다. 요 녀석 잘 걸렸다.
결심은 쉬웠지만 실행은 어려웠다.
-나는 4살에 돈을 어떻게 생각했더라. 생각해 본 적은 있나.
그것부터 소재가 되어 주었다. 나는 아이에게 돈을 가르치고 싶다. 이유는 명확한데 방법은 모르겠다. 책을 읽고 공부해 봐야겠다. 그렇게 첫 글이 발행되었다.
이후로 나의 고심한 흔적들이 쓰이기 시작했다.
생각한 것도, 실행한 것도 적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남겨줄 마음으로 시작한 기록들.
반응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각오했다.
다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얘기했으니 묵묵히 나의 글을 써야만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관종 이랬던가.
나도 별 수 없었나 보다.
조회수도 공감도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건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막막함만 가득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어떻게 수익을 만들 수 있지?
-결국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하는 건가?
-브랜딩을 안 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꼭 글을 쓰고 강의를 해야 하는 건가?
강의료도 아까워서 몸소 부딪힐 생각을 했으면서
부딪혀야 할 질문들이 쏟아지자 감당해내지 못했다.
5개의 글을 겨우 써놓고
번아웃을 호소했다.
하나라도 적어보자는 마음으로 기록하는 이야기들
나는 나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탈이 났다.
나를 도와줄 책을 찾아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면서 결국 빠른 수익화라는 성과와 연관시키는 나를 발견했다.
올해 초에 나는 나름의 결심을 했다. 한 해를 바라보면서 기왕 멈춰졌으니 시간을 써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방황의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정을 다시 떠올렸다.
-기왕 시간을 소비하기로 했다면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쓰자. 방황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그냥 저질러보자.
비용을 들여서 사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니까 좀 더 가볍게 접근하기로 했다. 대신 끊임없이 기록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글을 이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