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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Aug 14. 2024

전자책을 읽고 전자책을 쓰다

남편과 나의 경력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이었다. 회사는 많이 바뀌었지만 하나의 직업으로 일해왔던 15년. 어차피 육아와 병행하기 어렵다면 '전직'을 해야 하나 고민됐던 밤. 부업이라도 찾아보려고 들어갔던 크몽. 그곳에서 올해 두루뭉술하게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적어놓았던 단어를 만났다. 전자책.


책을 쓴다는 것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하고 싶은 일 아닐까. 종이책은 나와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 같았지만 전자책은 문턱이 낮은 만큼 도전해보고 싶었다. 전자책 작가를 접한 건 작년이었다. 초보가 왕초보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거라는 얘기에 내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도 해봤었다. 떠오르는 주제는 재테크. 재테크를 꽤나 오래 해왔다고 하지만 무엇하나 두드러지게 잘하는 것은 없었다. 돈 관리도 보통, 투자도 보통, 절약도 보통. 내가 뭐라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며 금방 접었던 전자책 주제 찾기. 그러나 살면서 한 번쯤 전자책을 써보고 싶었던 마음은 이어져왔다.


크몽에 접속하기 전에는 남편과 기운 빠지는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자책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남편과의 대화는 나에게 주제를 던져준 것이 되었다. 이직에 대한 욕구가 많은 나의 직업. 그리고 나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직장을 골고루 경험해 봤다. 크몽에는 같은 직업의 더 전문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다면 나의 이직 이야기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확실했다. 수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전자책 작가. 언젠가는 써보고 싶었던 전자책. 그동안은 핑곗거리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미룰 이유가 없었다. 일단 쓰자. 마음이 급해졌다. 전자책을 쓰기 위해 전자책을 샀다. [전자책 수익화] 전자책은 300페이지가 넘었다. 정말 쓰겠다고 마음먹었더니 평소 읽던 책들과는 다르게 읽혔다. 실전이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취해야 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었다.


매일 [전자책 수익화]를 읽어갔다. 제목을 정해 보고 수정했다. 목차를 정했다. 목차를 정하기 위해 분석이라는 것도 해가며 확정 지었다. [전자책 수익화]에서 초반에 해야 할 것은 여기까지. 남은 2/3는 다 쓴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쓰는 것'이다.


잘 쓰는 건 뒷전이다. 잘 쓰려고 하다가는 시작도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냥 쓴다. 옛 기억이라서 기억이 얼마나 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초안이다. 다 뒤집더라도 그냥 쓰자.


그렇게 매일 조금씩 써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나의 경험들은 또렷했다. 쓰다 보니 술술 적혀갔다. 일하던 당시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추억이 됐던 걸까, 싶을 정도로. 15년 전의 일을 후루룩 적었다.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쓰지만 본질은 '정보 전달'인데 지금 시대에 동떨어진 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됐다. 가장 크고 활발한 커뮤니티에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다. 세상에. 15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이직에 대한 궁금증, 현재 직장에 대한 불만은 가득했다. 내가 경험해 온 직종들은 여전히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주제가 틀리지 않았구나, 싶으면서도 씁쓸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후배들이지만 같은 직업의 길을 걷고 있는 이 친구들이 안쓰러웠다. 


추진력을 얻어 한 챕터씩 써갔다.


안 써지는 날은 안 써지는 만큼이라도. 1차 추억 여행이 끝났다. 여러 직장에서 시간을 보냈던 만큼 감정이 얽혀 글을 쓸 때 힘들 것 같았는데, 그 또한 큰 문제 되지 않았다. 읽는 사람들은 나의 추억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감정을 빼고 글을 적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이야기만 남았다. 2~3 챕터만 쓰면 초안이 완성된다.


책을 쓰는 동안에도 수익에 급했던 나는 긱 워커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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