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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Jun 10. 2019

리시케시에서의 보름

옴샨티옴 수업 듣기 & 쿠쉬네 재방문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내가 이틀이나 잠을 못자다니. 아무래도 게스트 하우스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을 통해 괜찮다는 평을 들었던 라자스탄 게스트 하우스에 가보았다. 둘러보니 과연 깨끗하고 조용했다. 위치도 좋고 단지 흠이라면 조금 비싸다는 것. 일반룸은 하루 700루피. 오리엔트 게스트 하우스가 600루피였으니 사실 비싼 편도 아니었다. 이왕 있는거 아이와 좀 편하게 있자 싶어서 나름 VIP룸을 얻었다. 하루 1500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하루에 2만원 격이었다. 만원도 안되는 방에서 지내다가 2만원짜리 방에 오니까 모든 게 호화스럽게 느껴졌다.


비건 식당 Pure & Soul에서 아침식사
낮의 강가
오늘도 이어지는 모래놀이 물놀이
보름께 향해가는 시점, 나름 익숙해진 인도의 일상
놀이 마치고 아이스크림 간식타임
라자스탄 게스트 하우스 특실!!

라자스탄 게스트 하우스의 유일한 특실이었지만 우리나라 웬만한 모텔 정도의 느낌이라면 맞지 싶었다.

어쨌든 악취와 소음이 없어 일단은 대만족이었다.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아침.

눈을 뜨니 창밖에 원숭이 두 마리가 보였다. 그 광경이 재밌어서 비몽사몽간에 비디오를 찍어보았다.


아기 원숭이가 폴짝 뛰어와 앉더니
엄마 원숭이가 곧 따라온다
아기 원숭이 떨어질까봐 뒤에서 지키는 엄마원숭이

엄마 원숭이 모습이 꼭 나 같아서 웃음이 났다.

이틀 만에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질 좋은 수면이 이토록 중요하다.

잠에서 깬 깍두기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채비를 한 뒤 옴샨티옴 슈밤선생님 수업에 갔다. 간밤에 왓츠앱으로 캐나다 친구 미사에게 수업을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우리가 1등으로 도착해서 아무도 없는 요가홀
벽에 붙어있던 수리야 나마스카라 시퀀스
빈야사 시퀀스
아무도 오지 않아 둘이서 셀카 한 컷 찍어보고...

90분간의 하타요가 수업. 깍두기는 옆에서 엄마 구경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어가면서 놀았다.


수업 마지막에 샤바사나하는 모습이 전화기에 남아있었다

90분의 수업을 마치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깍두기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옴샨티옴 옆 건물 3층에 위치한 티베트 식당 리틀붓다. 티베트 음식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안도 꽤 맛있고 뷰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식당이었다. 깍두기와 파스타를 시켜서 점심으로 나누어먹었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양이 많아서 1인분 시키면 나와 깍두기가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가격도 200-300루피 선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사천 원 정도 될 것 같다.


리틀붓다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며 바다를 그렸다

오늘 뭐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쿠쉬언니랑 놀고 싶다고 하는 딸. 또래 친구랑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쿠쉬네가 살고 있는 쉬바난다 아쉬람은 우리가 있는 곳에서 걸어갈 수는 없는 거리라서 인도 친구 수라지에게 (또) 도움을 청했다. 금방 달려와서 오토바이로 우리를 데려다줬다.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 우유 과자 등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간식을 한아름 샀다.


쉬바난다 아쉬람 앞에 내려서 계단을 한참 걸어올라가 큰 건물들을 지나 언덕 끝 허름한 2층 건물. 그곳이 쿠쉬네와 이웃들이 사는 집이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모두들 환한 미소로 예고도 없이 나타난 우리를 반겼다. 1층에 사는 여대생 지타는 오늘도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쿠쉬언니와 상봉해서 행복한 깍둑
어린 깍두기를 참 살갑게 보살피는 쿠쉬
아이들 노는 옆 건물이 그들의 집이다
쿠쉬언니와 러끼오빠에게 배드민턴을 배워보는 깍두기
여대생 Geeta와 쿠쉬 러끼 깍둑
간식도 사이좋게 나누어먹고~

아이들이 뛰어놀 때 우리도 사진 한 컷...ㅎㅎ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하는 인도 사람들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과 애엄마
근데 나 이런거 너무 오랜만이야 얘들아...

두세시간 쿠쉬네 집에서 놀다가 다시 우리를 데리러 온 수라지와 돌아오는 길. 오후의 해가 내리쬐는 강가에 멈춰섰다.


우리가 늘 갔던 그 자리
나도 발한번 담궈보고
골판지 하나 가지고 내내 놀이하는 깍둑
반짝 반짝 강물과 노는 뒷모습이 이쁜...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하나둘씩 유럽 사람들이 강물에 입수하기 시작했다. 수영하는 이, 기도하는 이....신성한 물로 여겨지는 강가여서 너무 노출이 과한 경우 경찰이 와서 제지한다고 했다. 문득 나도 물에 들어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입고 있던 티를 벗었다. 안에 요가복을 입고 있었기에. 엄마가 물에 들어간다고하니 흥분하는 건 깍두기였다.

물에 들어가보자 영차
우어 차가워어~~~
요만큼만 하자 수영은 못하겠다 ㅎㅎ

기도는 커녕 추워서 정신이 쏙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강가에서 노는 사람들 곁으로 장난감 파는 아저씨가 지나다녔다. 눈이 하트가 되어 뭐라도 하나 사달라고 조르는 깍두기에게 비눗방울을 사줬다.

후후 불며 잘놀다가
비눗방울 반은 모래에 쏟고 ㅋㅋ

나는 물에서 나와 젖은 몸을 말렸고 수라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마을이 작은지라 본인 볼일을 보다가도 콜 한통이면 달려와서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수라지. 참 고마웠다. 용돈도 쥐어주고 열심히 밥을 사주고 있다. ㅎㅎ


방에 돌아와 깍두기와 나란히 샤워를 하고 누웠는데 쿠쉬네 집 1층에 사는 여대생 지타에게 메시지가 왔다. 사진 한 장.


현지어린이 세명이닷!

오메 누가 인도 애고 누가 한국애인지 모르겠는.

리시케시에서의 보름, 깍두기도 이렇게 적응해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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