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홀리축제에 참여하다
드디어 홀리다!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지게 노는지 구경할 요량이었다.
온 동네 경찰이 다 나와있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색가루를 묻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열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 기억이 정확치는 않다. 아무튼 인도 친구들은 나와 깍두기에게 그 시간에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과격하게 노는 사람들이 있어서 위험하다는 말을 해줬다.
살짝 겁이난 나는 깍두기와 아쉬람 3층 발코니에서 1층에서 노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깍두기와 나는 눈이 땡그래져서 구경을 하다가 우리가 있는 3층으로 다다다다 뛰어올라오는 초등생쯤 되는 무리들에 경악하고 방으로 숨었다.
또래 언니 오빠들이 보이자 배시시 웃는 깍두기. 영어를 하는 아이에게 조심해달라고 이야기하니 깍두기를 호위무사처럼 지키는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새 언니 오빠들 꽁무니를 졸졸졸 쫒아다니는 깍두기.
우리 방에서 물을 좀 얻어 써도 되냐고 하는 아이들에게 크게 한통 내어주니 1층 어른들 공격한다고 신이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깍두기는 아주 재미나 죽을 지경이었다.
아이들과 놀고 나니 살짝 용기가 나기도 하고 내내 3층에만 있기도 지루하여 1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나가지는 못하고 아쉬람 대문에 달라붙어서 눈으로 구경만 하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다가와 우리 얼굴에 가루를 묻히고 갔다. 깍두기와 나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아빠와 지나가는 한참 어린 인도 아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인도 아기와 깍두기는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색가루를 묻히고 꺄르르 웃었다.
한차례 지나가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가 1층 열린 공간에 앉아 잠시 둘이 시간을 보냈다.
다시 3층 우리 방으로 올라와 쉬고 있는데 깍두기를 위해 물총을 사서 나타난 수라지 삼촌!
하지만 본인이 사 온 물총에 온통 공격만 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배은망덕이란 이런 것...ㅎㅎ
깍두기에게 물총 세례만 한 시간 받고 일하러 가신 수라지삼촌. 지못미....ㅎㅎㅎ
세 시간쯤 안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신 나는 깍두기와 손을 잡고 카페라도 가보기로 했다. 길에 나서니 과연 인크레더블 인디아!! ㅎㅎㅎ
동양인, 특히 동양의 어린아이 등장에 신기한 인도 언니오빠삼촌이모들 등등등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함께 사진도 많이 찍었다.
과격하게 노는 사람들도 어린 깍두기에게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겁먹지 않고 물도 한 방울 맞지 않고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아파트 위에서 버킷으로 물을 뿌리는 아저씨가 있는가하면 사리를 입은 아주머니는 본인 집 주방에서 호스로 물을 연결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살포했다. 아무래도 일년치 스트레스를 이날 다 푸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장난꾸러기 어른들의 배려 속에서 사랑받으며? 안전하게 해리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앞 강가에는 물로 색가루를 씻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정한 홀리 샤워였다.
카페에 앉아 간식을 시켰다. 깍두기는 옆에서 갑자기 머리를 바닥에 대고 낑낑거려 뭐하냐고 하니 요가라고 했다. 헤드스탠드 하는 과정을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며칠 전 주워온 나뭇잎들과 종이, 크레용을 꺼내 한참 놀았다.
인도 전역에서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홀리 축제의 규모를 생각하니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다.
열기와 환희로 가득했던 하루.
아이처럼 즐기는 그들.
세상에 심각할 일이 어디 있기나 하냐고 묻는 듯 천진난만한 그들의 웃음에 나도 따라 웃었던 그런 하루였다.
정말이지 해피 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