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케시에서의 마지막 포상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틀.
한 달 동안 무탈하게 잘 지낸 나와 깍두기에게 셀프 포상을 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나름 정평난 강가끼나르 호텔에서의 2박.
마지막까지도 친구 수라지가 짐을 옮기는 수고로움을 맡아주었다. 그것도 두 번에 걸쳐서. 우리가 짐을 옮기는 동안 깍두기는 쿠쉬 언니네 집에 맡겼다. 쿠쉬 어머니께 잠시 깍두기 두고 짐을 나르고 와도 되겠냐고 하니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다. 한 시간 남짓 쿠쉬 언니랑 러끼오빠랑 사이좋게 잘 놀았다는 깍두기. 그래도 얼굴 표정이 이제 엄마한테 갈래였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쿠쉬네 가족과 나누어 먹고 사진도 찍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쿠쉬언니와 러끼오빠 이야기를 하는 깍두기다.
날이 더워 짐 나르는 것도 힘이 들었는데 수라지가 어딘가 오토바이를 세웠다. 사탕수수주스라고 했다. 주스 만드는 광경이 내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인도는 한잔만 정가에 파는 시스템이 아니고 이렇게 주스가 나오면 옆에 서서 계속 내 잔에 따라준다. 배부를때까지 ㅎㅎ 정말 겪을수록 인심이 후한 나라가 인도다. 그리고 맛은, 환상이었다.
강가끼나르 호텔에 도착. 입이 딱 벌어졌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쾌적함과 아늑함이었다. 그래 이제 육아특공대 전역이다. 내 자신을 축하하며 이틀 동안 호사를 누려보자! ㅎㅎ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짐을 나른다고 왔다 갔다 길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하루가 금세였다. 일전에 SH씨가 여기 호텔 뷔페가 정말 맛있다고 얘기했었는데, 각종 인도 음식들이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역시 쉐프의 손을 거친 음식이란....
맛있는 저녁 식사를 먹고 편안하게 휴식하는 밤.
다음 날은 짜이네와 만나서 함께 유치원에 가보기로 했었다.(리시케시에서 일 년쯤 살아볼까 궁리 중이었기에) 그리고 예전에 Yoga Vidya Gurukul에서 만났던 태국에 사는 지니씨가 때마침 리시케시에 와서 우리 방에서 하루 같이 자기로. 지구별에서 만나는 따수운 인연들.
깍두기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녘에 눈이 떠졌다. 깍두기 깨지 않게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 커튼을 여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도 생각도 잃고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찬란하다하는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것도 같았다. 강과 마주한 나. 감사가 흐르는 새벽.
마지막 날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