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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관찰 #관점

by 헤이민 HEYMIN


두 눈이 없었더라면,

네 볼을 어루만지는 것만이

네 목소리의 언덕에 누워보는 것만이

너를 살피는 유일한 일이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 안에 있는

보이는 것을 보려 했을 것이다.

한껏 상상을 수 놓았을 것이다.

볼 수 없기에, 형용할 수 없기에,

내 상상은 더 자유롭고 찬란했을 것이다.


관찰은 두 눈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너는 알려주었다.

허락된 두 눈이 있음에도 네 앞에선 어김없이 쓸모를 잃었다.

너의 그 빛나는 처음은 언제든 날 언덕으로 불렀을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임에도 분명 보였을 것이다.


어김없이, 아주 틀림없이.




해설

관찰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일이죠. 그런데 눈이 없었다면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관찰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은 작은 관심에서 비롯되어 관찰로 이어지는데, 관찰은 꼭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느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의지만 있다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애정어린 관찰은 가능하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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