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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로로쉐

#고통 #쾌락

by 헤이민 HEYMIN


12개짜리 하트모양 패키지 말고,
5개입 장방형 패키지가 낫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발렌타인데이 2주 전부터
편의점 앞을 도배하는, 꽃다발이라고 우기는, 테이프로 칭칭 감긴,
페레로로쉐 다발을 보고 가던 길 멈추어 사유로 걷는 사이,
차라리 플라워데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고통과 쾌락처럼 순환한다.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애매한 2월마다 그것은 돌아온다.


페레로로쉐는 외친다.
사랑인 척 하면서, 사랑다운 것을 떠든다.
나는 들리지 않는 척 혹은 못 듣는 척, 애써 다른 소리를 듣는다.


페레로로쉐는 고통이고 쾌락이다.
그 단 것을 입에 물었을 때, 터지는 쾌와 락은,
앞니에 끊어져, 어금니에 부셔져,
혀 위를 매끄러이 미끄럼 타고 사라진다, 시커먼 목구멍으로.


남는 건 패키지 뿐이다.
그것이 하트모양이냐 장방형 박스냐 뿐이다.
그것이 사랑이었냐 사랑 비스무리한 것이었냐 뿐이다.


우리가 나눈 건 페레로로쉐인가 아닌가.
지나간 2월과 다가올 2월의 사이,
무엇이 고통이고 무엇이 쾌락인지 모른다, 도무지.


이러다 또 멈추어 있겠지, 편의점 앞에,
사랑인 척 하는 거룩한 초콜릿 더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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