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걸음
뉘 집 개인지 모를 배부른 누렁이는 간밤에 새끼 여럿을 낳았다.
겨우 한 두 발 치 앞, 사람소리는 있으나,
새벽부터 기계 도는 소리에 아무도 녀석들을 모른다.
아니, 모르는 채 하는지도.
아가야, 아가야, 괜찮지 아가야.
내리쬐는 볕만이 애미 애비를 대신에 안녕을 살핀다.
꼬물꼬물한 손과 발이, 눈도 못 뜬 채 옹기종기,
다리 위 다리를 포개고, 꼬리에 꼬리를 문대고 있다.
떠나간 애미의 침묵도 작별 인사
가여워하는 볕걸음도 연민의 인사
숨소리 들리도록 부대끼는 것도 인사라면,
묵묵히 당신에게 전한 건 인사라 할 수 있나,
당신 옆에 던져둔 새끼 여럿은 잘 있으려나,
부디 모든 게 안녕하기를,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