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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민 HEYMIN Aug 08. 2023

[서평]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윤리'를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제10회 브런치북 대상을 받은 10권 중 한 권으로, 본 제목은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이었는데 이번에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라는 굉장히 흥미로운 제목으로 등장했다.


저자는 '우디'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열심히 양질의 글을 올려주고 계신 디자이너 김성연님이다. 10년간 웹, 앱 서비스 경험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고 이미 두 권의 책을 출간한 분이기도 하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 분의 행보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었다. '정육각'이라는 신선 정육배달 스타트업이 막 등장했을 때 흥미롭게 서비스를 보고 있었는데, 그 브랜드의 유일한 1인 디자이너로 모든 브랜딩을 도맡아 진행한 분이라는 걸 알고 인상 깊었다. 과거 나도 스타트업에서 1인 디자이너로 근무한 기억이 있어서 공통분모를 느끼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분이 선보인 정육각 브랜딩은 기존의 정육시장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트렌디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그런 혁신적인 시도와 디자인이 보기 좋았다.


그 뒤로 이 분의 브런치를 발견하고 구독하게 되면서 올려주는 글마다 챙겨 읽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책을 출간 했다기에 굉장히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그리고 직접 읽어보니 실무와 관련된 내용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어느 부분에 집중해서 읽었는지, 무엇이 인상적이었는지 자유롭게 적어보려 한다.



+ 저자 김성연(우디)님의 브런치





읽기 전에 기억할 것


우선, 이 책의 제목과 부제에 다시 한번 집중해보자.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일상 속 숨겨진 디자인의 비밀'


여기서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잘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으면 한다. 저자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디자인은 단순 '미'의 영역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건 나도 항상 염두하는 부분인데, 실제로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쓰임'이라는 기능적 해결을 포함한 형상 개념이다. 디자인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사물의 형태든,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든, 그것은 우리가 마주한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차원의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읽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아마 이 책의 많은 독자분들이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을 거 같은데, 이 책이 디자이너인 우리에게 도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칫 아름다움에만 꽂힌 디자이너로 매몰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구제(?)를 해준다는 점이다. 


특히 서비스를 설계할 때, 사용자의 습관과 경험 등을 고려해야 하는 UX디자이너라면 더욱 공감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메세지들이 많이 담겨있다. 아래에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추려서 정리해보았다.





눈여겨 볼만한 내용은?


전체적으로 실무에 적용 가능한 내용이지만, 그 중에서도 선배 디자이너가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던 흥미로운 두 챕터를 이야기하고 싶다.


01.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며 깨달은

열한 가지 사실



4장에 포함된 이 11가지는 저자가 직장과 사회에서 직접 경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경력자의 조언으로 다가온다. 우선, 11가지가 무엇인지 큰 제목만 적어본다.


1.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망한다.
2. 결핍은 디폴트다.
3. 꼼수에 기대지 않는다.
4. 마케팅은 프로덕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않는다.
5. 디자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6. 성공한 공식이나 프레임워크를 의심한다.
7.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면 위험하다.
8. 좋은 프로덕트보다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9. 외부 개입이 많으면 망한다.
10. 어제보다 0.001%라도나은 프로덕트를 만든다.
11. 모든 것이 완벽해도 성공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1번, 7번, 10번이라고 생각한다.


1번의 경우 경험디자이너로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1순위로 꼽았고, 7번은 정말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우리가 귀 아프게 듣는 얘기이지만 기능과 미를 모두 다뤄야 하는 디자인은 단번에 '완벽'하기가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MVP와 베타테스트 등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퍼소나나 프로토타입의 경우에도 '프로토토퍼소나'와 '프리토타입'으로 미리 검증과 피드백을 거쳐야 비로소 '완벽'에 '그나마' 가까운 결과물이 될 수 있다. 검증단계는 거치면 거칠수록 더 설득력 있고 타당한 서비스가 된다는 건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깨달은 바다.




02.

여덟 가지 방어기제로

스타트업 빌런 이해하기



5장에 포함된 이 부분은 디자이너의 현명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조언을 다룬다. 심리책에서 볼 법한 '방어기제' 8가지를 통해 나는 어떤 방어기제를 가졌는지 돌아보고, 나와 다른 방어기제를 가진 팀원을 이해하면서 포용력 갖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조언을 전한다.


1. 부정 -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현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2. 투사 - 스스로 인정하기 힘든 욕구나 충동의 원인을 타인이나 외부로 돌리는 것
3. 해리 -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
4. 억압 - 버티기 힘든 감정이나 생각 등을 무의식으로 흘려보내는 것
5. 주지화 -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잊기 위해 지식으로 상황을 이해하려는 것
6. 행동화 - 어떤 충동이 들 때 억제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것
7. 동일시 - 두려워하는 사람을 닮아감으로써 불안감을 극복하려는 것
8. 전치 - 자신보다 강한 대상에게 품었던 감정을 힘이 약한 대상에게 돌리는 것


다른 디자인 서적에서 보기 드문 신선한 시선의 이야기라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UX를 관통하는 심리학 차원에서 '삶' 속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인생팁처럼 들려서 더 애정을 가지고 읽었다. 특히 어떤 방어기제를 가졌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독자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본인이 가진 방어기제를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수준의 차이라 본다. 디자이너로서 내가 가진 방어기제를 알고 스스로 그것을 조금이라도 다스릴 줄 알면 훨씬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에는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답'만이 존재할 뿐 '정답'이라는 건 없기 때문에 내가 고민해서 내놓은 나의 시각적 결과물이 '정답에 가까운 것'이라 믿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부정을 당할 수도, 거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잘못된 디자인이라서 잘못된 결과가 나온 거라는 책임전가를 떠안을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 크게 좌절하거나 우울해거나 핑계를 늘어놓기보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내 디자인을 바라보고 기존의 생각은 모두 버리고 다시 바라볼 줄 아는 힘과 용기를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방어기제가 올라올만한 순간들은 넘쳐나기 때문에, 그때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꿈틀거리는 방어기제를 애써 누르고 다스릴 줄 아는 것도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윤리'를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


'디자인은 어려운 비지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열쇠이자 윤리를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로도 활용된다.'


프롤로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디자인은 우리의 불편함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도리를 지키는 '윤리적 도구'로써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각각의 디자인이 존재하는 각각의 이유' 다룬 글이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다른 직군의 동료들,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 때 '이 버튼은 왜 이렇게 생겼어요?' 혹은 '이 플로우는 경쟁서비스에서 본 거랑 좀 다른데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 디자인이 더 나은 윤리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진정으로 '좋은 경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라는 윤리적 도구를 적재적소에 꺼내고 숨길 줄 아는 능력길러야 하지 않을까?


프롤로그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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