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버박사 Jun 03. 2022

카페 추천: 경남 산청/진주 지역 편

커피를 사랑하는 지리산 애기 아빠의 카페 추천


내가 가는 카페의 기준


내가 카페 추천 목록을 선정하는 기준은  가지다.


첫 번째는 맛, 말 그대로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카페를 사전에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위한 조건도 있다.


커피의 제3의 물결이라 불리며, 현재 커피시장의 최신 트렌드인 스페셜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카페.

직접 로스팅을 하는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

브루잉 메뉴가 주력 상품인 카페.


이런 카페들은 누가 봐도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개성이다. 그 사장님만의 철학과 감각이 담긴 개성적인 공간, 메뉴, 스토리, 운영방식...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카페보다는 이러한 카페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추천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다음에 소개할 목록에서 산청 카페의 경우 시골이라는 규모의 한계로 첫 번째 조건을 전부 만족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모두 매력적인 곳임은 틀림없다.




경상남도 산청군



프레드릭(신등면)


차를 타고 들어오는 길에 보이는 흰색 배경에 붉은 글씨로 COFFEE라고 쓰인 목재 간판이 미국 허허벌판의 도로를 달리다 간혹 보이는 풍경 같아 보인다. 주차를 하고 나와보면 깔끔하고 세련된 외관의 목조 건물과 그 옆에 직접 만든 것 같은 나무 놀이터가 보이고, 길 건너편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작은 공원이 있다.


시골인 산청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카페를 찾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카페의 본질인 커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공간 사업으로써의 카페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프레드릭은 정말로 커피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카페 사업을 하시는 것 같다. 직접 로스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수의 손님을 위해 얼마 전에는 브루잉 바도 마련하였다. 내가 아는 한 산청에서 가장 커피에 진심이고, 가장 맛있으며, 가장 많은 스페셜티 원두를 제공하는 카페이다.


놀이터와 목재 간판이 보이는 프레드릭 외경


프레드릭 브루잉 바와 로스터기



산청요(단성면)


산청요는 산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 중 하나다. 이름에서 보듯 본래는 분청사기를 만드는 민영기 씨의 사택 겸 공방이지만, 2020년에 아들이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산청요에 들어서면 사택인 멋진 한옥이 가장 먼저 보이고, 안쪽으로 넓은 뜰과 현대식 카페 그리고 도자기 전시실 및 체험관이 보인다. 마당의 소나무와 한옥이 어우러지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현대적이고 깔끔한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다.


본업이 아닌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본격적으로 다루려는 흔적이 보인다. 직접 로스팅을 하고, 그라인더 두대에 각기 다른 타입의 원두를 넣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청요의 커피 맛 만을 가지고 지속적인 방문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아이와 함께 오기에 좋고, 손님이 왔을 때 산청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의 카페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도 자주 가는 편이다.


아이와 놀기 좋은 산청요 정원



파란 홍차(신안면)


파란 홍차는 산청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해외 홍차를 제대로 마셔볼 수 있는 곳이다. 특색 있게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고,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면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감각이 돋보이는 파란 홍차 로고, 파란색이라는 시그니처 컬러, 이 컬러를 살린 내부 인테리어, 파란 홍차만의 섬세한 도자기잔이 파란 홍차가 얼마나 전문적으로 디자인된 카페인지 보여주고 있다. 시그니처 컬러로 커스텀 도색된 커피 그라인더를 보고 주인장이 가지는 카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파란 홍차도 산청요처럼 주업으로 도자기를 하고 있다. 산청요의 분청사기와는 다른 현대적 감각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도자기다.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홍차이고, 스콘과 함께 세트메뉴도 제공한다. 스트레이트 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블렌디드 티가 대부분이라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추천 메뉴로는 다즐링 썸머 골드 세트메뉴가 있고, 핸드드립 커피도 상당한 맛을 자랑하니 커피가 먹고 싶을 때도 훌륭한 선택이 된다(프레드릭 원두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파란 홍차의 홍차 세트



예강(신안면)


일본에 가본 적은 없으나, 일본의 장인정신문화를 좋아한다. 나이 든 백발의 장인이 고요하게 내려주는 커피 한잔의 느낌이 좋다.


카페 예강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다. 할아버지는 음료를 할머니는 음식을 담당한다. 카페 안쪽에는 바가 있고, 바 앞으로는 책들이 진열되어 작은 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창가 쪽 풍경에는 산청 남강에서 뻣어 나오는 유구천이 흐르고 있다.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따뜻한 느낌을 주고, 겨울에는 나무로 불을 지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불멍 하기에도 좋다.


커피를 주문하면 사이폰이나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주신다.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프렌치 프레스로 우유 거품을 내어 제공된다. 그밖에 할머니께서 만드시는 파스타와 피자가 있고, 이에 어울리는 와인과 칵테일 그리고 맥주도 판매하고 있어 연인과 분위기를 내기에도 좋다.


유구천이 보이는 예강의 창가 자리




경상남도 진주시



커피 플라워(판문동)


커피 플라워는 진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카페 중 하나다. 주변 지역에서 커피를 하는 사람이라면 커피 플라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커피 플라워 진양호점은 큰 규모를 자랑한다. 건물의 공간도 크지만 750평에 달하는 멍하니 숲이라는 야외 공간이 재밌다. 약 500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멍하니 숲 내부에는 오두막 형태의 테이블이나 나무 위에 설치된 트리하우스 느낌의 테이블과 같은 공간이 있다. 커피 플라워에서는 이곳을 사색, 독서, 대화를 위한 공간으로 장려하고 있다.


커피 플라워 본관은 내가 선호하는 앤틱한 분위기다. 예쁜 찻잔으로 채워진 선반, 약간 어두운 실내, 나무 가구, 나무 계단..


커피 플라워의 시그니처는 단연 브루잉. 너무 많은 원두에 당황할 수 있다. 이럴 땐 바리스타가 선택한 오늘의 추천 메뉴 중 고르면 된다. 산미가 없는 커피를 원한다면 보통 바리스타에게 이야기하면 추천해 준다. 단, 이곳은 원두 별로 가격의 차이가 크니 금액 확인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차(tea) 메뉴에 하동 연우제다의 차를 사용하고 있는데, 지역과 상생하며 좋은 품질의 우리 차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커피플라워의 멍하니 숲 전경



호소구치 커피랩(판문동)


커피 플라워를 가다가 잠시 아들과 놀 곳을 찾아 간 놀이터 앞에서 재미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호소구치는 칼리타라는 일본 커피용품 전문회사에서 만든 커피 드립포트(주전자)를 말한다. 이름만 봐도 커피에 진정성이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아직은 유동인구가 적은 판문동의 한 동네에서 노란색으로 페인팅된 건물 외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럭셔리한 느낌의 조명과 인테리어가 나를 맞이한다.


이곳의 재밌는 점은 와인샵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다. 매장 안쪽에는 다수의 와인이 비치되어있다. 사장님께 이야기하면 추천을 받아 와인을 구입할 수도 있다.


메뉴판을 보면 흔히 보던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가 없어 당황할 수 있는데, 호주식 메뉴라서 그렇다. 롱블랙이 아메리카노와 플랫화이트가 카페라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담으로 카페 이름은 호소구치 커피랩이지만 실제로 다른 드립포트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혼자 재밌어했다(커피 매니아 특).


주인장의 친절하고 경쾌한 에너지가 기분 좋은 카페. 호소구치 커피랩에 한번 들려보길 바란다.


밖에서 한눈에 보이는 노란색상의 호소구치 커피랩 건물



커피 듦(평거동)


내가 아직도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카페 커피 듦. 빈티지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카페다. 다락같은 2층이 있고 손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부산한 평거동에서 조용히 분위기를 즐기며 커피 한잔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메뉴판 첫 라인이 핸드드립 메뉴로 핸드드립이 주력으로 보인다(본인 취향). 핸드드립 메뉴를 주문하면 고노라는 드리퍼와 유키와 드립포트로 커피를 내려준다. 고노를 사용하는 카페가 잘 없다. 깊은 맛의 커피 내리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하는데, 이 카페만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커피 듦의 썸머라떼와 드립 커피



세렌디피티(칠암동)


비가 오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비 오는 날엔 역시 라떼를 마셔야 한다며, 맛있는 라떼가 먹고 싶어 열심히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세렌디피티다. 이 카페는 당시에는 간판도 없어 굉장히 독특하고 뭔가 매니아적인 느낌이 들어 호감을 갖게 됐다.


내부는 작고 바(bar)로만 이루어진 형태다. 바 외에 별도의 좌석이 없다. 나는 커피를 즐기게 된 이후로 바가 있는 카페를 좋아하게 됐다. 바에 앉으면 주인장이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고, 좋은 커피 향을 더 잘 맡아볼 수 있다. 또 주인장과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다.


이곳은 이런 바 문화에 특화된 곳이고, 또한 카페라떼가 가장 맛있는 곳이다. 비 오는 날 맛있는 카페라떼 한잔을 원한다면 세렌디피티로 가보자.


추천 메뉴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비 올 때만 주문 가능), 지브랄타(진한 카페라떼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렌디피티 카페라떼



하태 커피(가좌동)


하태 커피는 우연찮게 진주 식당을 검색하다가 블로그에서 유명한 커피 맛집이라고 스쳐 지나간 것을 찾아가게 된 곳이다. 카페 내부 공간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커피는 가장 맛있었던 곳 중 하나다. 여러 커피 대회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사장님의 핸드드립 커피를 추천한다.


하태 커피의 리치 블렌드 드립 커피



수류헌(중안동)


가득 찬 병원 건물들과 복잡한 중앙시장이 있는 중안동에 위치한 수류헌. 하지만 아기자기한 정원과 작은 한옥 건물이 전혀 다른 동네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심 한복판이라 공간은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기분 좋다. 이곳도 산청의 예강과 마찬가지로 연륜 있는 사장님이 장인의 포스를 풍기며 커피를 내려주신다.


드립 커피 전문점이라는 타이틀답게 드립 커피가 시그니처 메뉴이며, 카페 안쪽에는 사장님의 미술 작품 전시관도 있어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곰돌이가 바라본 수류헌 풍경



피베리 브라더스(하대동)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이 원료인데, 이 씨앗은 한 열매에 두 개씩 들어있다. 그런데 가끔 어떠한 이유로 씨앗이 하나만 들어있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걸 우리는 피베리라고 한다. 피베리는 둥근형태의 모양을 가지며, 전체 커피 수확량의 5~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피베리 브라더스는 가장 잘 디자인된 카페 중 하나다. 이름도 그렇지만, 하루에 소량만 생두를 숯불에 수망 로스팅하여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수제 숯 커피 서비스, 이런 숯 커피 이미지를 살린 메뉴 숯 라테, 항아리 티라미슈와 같은 독특한 디저트 메뉴 등 자신들만의 색깔이 확실하다.


커피를 주문하면 사장님이 직원분과 대동하여 커피를 서빙해주시며, 커피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신다. 또한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외부 노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면 깔끔한 종이봉투에 주차비를 넣어준다. 그냥 현금을 바로 쥐어 주어도 될 터인데, 이런 작은 부분 하나까지 대접받는 느낌을 준다.


피베리 브라더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숯 커피 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