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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Mar 01. 2017

바람

내면일기

퇴사 후 인물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사진미술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운 좋게도 하루 종일 이미지 속에 머무를 수 있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시도는 너무나 새로웠고 매력적이었다. 나도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때쯤 서울에서 김영갑 작가의 사진전이 열렸다. 그동안 가서 봤던 제주는 단지 유명 관광지일 뿐이었는데 김영갑 작가의 제주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의 시간에는 아름다운 색이 있었다.


출처 : 두모악 (http://www.dumoak.com/kim-work.php?category=5&num=1643)


새벽에 성산일출봉엘 올랐다. 해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모든 풀들이 손을 들고 해를 맞이하는 것 같았다. 구름 속에 숨은 빛은 바다를 무대 삼아 조명처럼 비췄다. 처음 마주한 제주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최근에 '왜 나는 제주엘 갈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기억이 안 나 예전의 사진과 일기를 찾아봤다. 그리고 이 글과 사진을 보게 됐다.


"성산일출봉 내려오는 길에 코스모스가 있는데 바람이 무척 불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흔들렸다. 이번에 제주 여행은 김영갑 사진전 보고 온 것이라서 사진처럼 나도 바람을 담아보고 싶어서 시도해봤다."  

photo : 이야기수집가 (2009)


잊고 있었다. 제주의 바람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다시 돌아보니 그때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다. 바람이 불면 제주를 언제나 생각했던 것이 제주에서의 그 바람 때문이었다. 무거운 마음을 잊고 몰두하게 했던 그 바람 때문이었다. 춤추게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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