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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Mar 25. 2017

그럼에도 봄

문을 열었는데 뿌옇다. 미세먼지인가 싶다. 으슬으슬함이 느껴진다. 이 뿌연 것들이 빛을 가려 따뜻함이 공기 속에 녹아들지 못해 그런 것인지. 이런 뿌연 날은 길에서 보이는 것들이 허름하게 보인다. 누군가의 처진 어깨 같기도 하다.


20분쯤 걸었나 산수유를 마주했다.

잠시 산수유 나무 앞에 멈춰섰다. 이 길을 수없이 다녔는데 산수유가 여기 있었던가 생각하며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이 와중에 꽃 피운 산수유가 곱고 곱다. 다음 걸음부터는 겨우내 잘 버티고 봄이 되어 힘내고 있는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묵묵하게 봄을 기다렸을 나무들 앞에서 참 부끄러웠다. 날씨가 어떠하든 자신의 때에 자신의 일을 하는 나무들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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