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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블루 Jan 01. 2021

기록하지 않으면, 상상하게 된다

일본 다큐멘터리 도서 <베를린의 기적>을 보고


다케노우치 고스케(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감독)가 쓴 <베를린의 기적>은 일본 축구대표팀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국제대회 첫 승을 거둔 일을 중심으로 기술한 책이다.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진행한 '잃어버린 우리 축구 역사 찾기' 취재 때 일본에서 구할 수 있었다. 




다케노우치 고스케는 단순히 일본 스포츠가 지닌 ''영광의 기억'을 모은 게 아니다. 아직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일어를 거의 못해서), 이수경 도쿄가구게이대학 교수에 따르면 베를린 올림픽을 중심으로 그 사회를 비추려는 노력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전쟁 전의 일본 축구의 역사와 ‘베를린의 기적’의 진실,그 뒤의 선수들의 죽음,한 사람의 여성(주장 다케우치 데이죠의 딸,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이시이 모토코)이 아버지의 행적을 좇으며 어떻게 살아왔고,어떻게 세계를 향해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게 되었는지를 다큐멘터로 구성한 것이다." (본문, 책 머리에서)


1937년 중일전쟁과 함께 일본은 점차 총력전으로 돌입했고,올림픽메달리스트도 예외 없이 전쟁터로 불려나가야 했다. 일본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다케우치 데이죠(竹内悌三)주장을 비롯한 축구선수 4명과 승마,수영선수,육상 메달리스트 등의 올림픽 선수들이 전사했고, 1940년에 치렀을 도쿄올림픽은 결국 전쟁으로 무산이 됐다." (본문, 첫 부분)




이 책은 한국 축구의 대부로 불리는 김용식 선생을 한국의 어떤 매체보다 더 많이,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용식 선생과 함께 뛰었던 일본 선수들과 당시 관계자를 취재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우리 축구 역사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이 책에 어느 정도 빚을 졌다. 



지금 기록하지 못하면, 나중엔 상상해야 한다. 상상은 현실과 많이 다르다. 인간은 자신이 둘러싸인 환경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번에 FFT+ 창간호로 차범근(분데스리가 시절)을 취재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월간 축구(현 베스트일레븐)과 당시 신문 그리고 해외 언론이 아니었다면 당시 차범근과 그가 지닌 의미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활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런 숙성 작업은 재미도 없고 당장 돈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돈도 벌면서 기록하고, 조명하는 작업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서른을 넘긴 다음부터는 맞이하는 해가 항상 지난해보다 어려웠지만, 이왕 사는거 나름 의미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장 먼저 일어부터 좀 배워야겠다. "청, 이제 네가 일본어 할 때도 됐잖아." 신무광 선배와 하종기를 그만 괴롭혀야겠다. 대학원 논문 주제도 일본 이야기인데.. 아, 논문 프로포절 준비하면서 무광 선배의 <조국, 모국 그리고 풋볼>을 다시 보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됐다. 다음에 과거 사료를 모으고, 르포 취재를 해 책을 내게 된다면 그에 비슷한 수준이라도 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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