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지면 못 노나니 '글을 쓰세'
이 글귀를 무의식 중에 리듬 붙여 따라 불렀다면 당신은 이 이야기를 기꺼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무섭고도 통찰 있는 말을 아무렇게나 의미도, 무게감도 모른 채 초등학교 하굣길 실내화 주머니를 정신없이 휘두르며 친구와 함께 흥얼거리던 일을 떠올리니 몹시 재밌는 장면이다.
이제 와 저 어투와 함축된 의미를 짐작코자 하니 일하는 개미를 비웃으며 기타 줄을 튕기던 그늘 아래 베짱이의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이 한없이 마음이 무겁고 숙연해진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음과 치기 어림들로 무용하게 흘려보낸 빛나는 햇빛들과 수많은 밤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에 절로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탄다.
우리는 각자의 스테이지에 맞게 클리어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20대는 무조건 많이 헤매야 하고 도전해야 하고 되도록 무모한 것에 기운을 쏟아야 한다.
그때는 그게 가능한지도 타진하지 않은 채 몰입해야 하고 그래도 그때의 실패의 기억은 남는다.
하지만 그때의 실패는 자산이 되어, 늙어져도 꺼내 먹을 수 있는 양질의 숙성된 매실 같은 것이 된다.
20대 초반을 함께 헤매며 아스팔트를 베개 삼아, 밤이슬을 이불 삼아 지내던 벗과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는 자리에서 우리는 그때의 기억으로 여전히 간신히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린 이제 체력도 없고 감도 예전 같지 않아서 늘 먹던 걸 찾고 늘 가던 곳에 앉아 늘 듣던 것을 듣는다.
지금의 감흥은 그때의 것처럼 예민하고 날카롭지 않으며 우리는 잘 잊고, 또 쉽게 지친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는 쓰고 또 쓰는 것.
되도록 쓰고 선명하게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2020.9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