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게를 들어 내리는 중
늘 삶의 팍팍함이라는 구실 좋은 핑계로
운동을 오래 미뤘다.
아직 살만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살겠다고 시작했던 주 1회 케틀벨 수업도
온갖 이유를 총동원해 미루고 미뤄,
어느새 석 달 넘게 쉬었다.
몸은 정직하다.
이번엔 불어나는 게 아니라
빠지기 시작했다.
체중이 8킬로쯤 줄고,
늘 돌덩이 같았던 둔부와 대퇴부가
몰캉해졌다.
서 있는 게 이상하게 힘들고,
다리를 외회전할 동력이 떨어졌다.
허리도 자주 뻐근했다.
가장 불길한 건
상부 승모근에서 몇 초간 전기처럼 찌릿—
테이저건을 맞은 것 같은 (맞아보진 않았다)
순간 정지.
그 몇 초가 뇌를 잠깐 꺼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
주 3회 꾸준히 PT를 나가는 옆 작업실 D를 보다가
‘생각 없이 움직여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쟤 갈 때, 나도 가자.’
그 마음으로
작업실에서 5분 거리 헬스장을 따라 나섰고,
충동적으로 등록해버렸다.
으리으리한 시설보다
안 갈 핑계를 만들 수 없는 곳.
그게 지금은 중요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니
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데드리프트.
말은 참 많이 들었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왜 데드리프트일까.
죽자고 들어서?
죽을 만큼 힘들어서?
아니었다.
‘데드(dead)’는 움직이지 않는,
바닥에 멈춰 있는 무게를 뜻한다.
죽어 있는 물체를
반동 없이 순수하게 들어 올리는 동작.
그게 데드리프트다.
생각보다 물리적인 이름이었다.
그래서 더 비장하게 들리는 걸까.
비슷한 이름들이 있다.
스쿼트(squat)는 쭈그리는 동작,
스내치(snatch)는 낚아채듯 들어올리는 동작,
클린앤저크(clean and jerk)는 말 그대로 들어서(clean) 머리 위로 넘기는(jerk) 두 단계를 설명한다.
각자 동작을 묘사하는 이름들인데,
네이밍을 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단어들이 가끔 부럽다.
기능과 상징을
이렇게 간결하게 묶어내다니.
물론 데드리프트는
단어 조합 때문인지 약간 과격하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
몸 하나로 다 감당해야 하니까.
나는 이 동작을 늘 어렵게 느꼈다.
스미스머신이 없으면 아예 시도도 안 했고,
괜히 자신이 없고,
허리에 무리가 갈까 봐
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서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엔
언젠가 미란 언니처럼
근사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천천히 무게를 저항하며 신전해야한다" 는 그녀의 명언.
이번 주엔 용기 내서
수업 중에 #여의도손연재쌤에게
자세 지도를 부탁했다.
컨벤셔널과 스모, 두 가지 기본 자세.
초보자에겐 이 정도도 충분하다며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자극은 분명히 달랐다.
컨벤셔널은 햄스트링, 둔근, 척추기립근이
단단하게 당겨지는 느낌.
스모는 무릎을 굽혔다 펼 때
내전근과 고관절 안쪽에서
힘이 밀려온다.
가장 큰 수확은
힘이 제대로 걸리는 위치를 감각적으로 알게 된 것.
허리에 무게가 쏠리는 순간,
자세가 어긋났다는 걸 이제는 느낄 수 있다.
운동이 근육을 키우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몸이 무너진 뒤에야 깨닫는 때가 있다.
살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쩌면
살만해지려고 계속하게 될지도.생존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