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AP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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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APR.2015
-식사 시간이 잦다
-수줍음과 웃음이 많다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흥정하지 않는다(귀찮아서)
-남학생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교복 입은 아이들은 예쁘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도착한 돈 콘, 그리고 라오스에 대한 전체적인 나의 인상.
돈 콘 입장료가 올랐나 보다.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본 요금보다 만 킵 정도 비쌌다.
버릇대로 급하게 숙소를 잡았지만 가격에 비해 굉장히 좋은 시설이다. 하지만 돈 뎃에서 출현한 도마뱀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침대 주변 구석 곳곳을 확인한 후에야 짐을 풀고 밖을 나섰다.
돈 뎃보다 확실히 덜 개발된 느낌이 오히려 깔끔한 인상을 주어 기분이 좋았다. 사실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돈 뎃에서 이 곳 돈 콘까지 배낭을 메고 거진 한 시간을 걸어오는 동안 지나친 섬 주민들은 항상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섬 안에 무슨 교통수단이 있으랴. 잔뜩 벌게져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걸어가는 내게 이들은 언제나 웃으며 '싸바이 디'라고 말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경우는 용건이 있어 말을 걸어야 할 때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상투적으로 내뱉는 인사가 전부였던 것이다. 가끔 한국인이냐며, 심지어 "South Korea"에서 왔냐며 기똥차게 알아맞히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덥고 힘들어 인상을 쓰고 있던 내 표정이 어색하고 민망하게 느껴진 많은 순간들. 눈이 마주치면 금세 경계를 풀고 천진하게 웃어버리는 아이들 또한 넉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아이들 중에서도 이 섬에서 만난 싱그러운 여자 아이가 떠올라 마음 어딘가가 촉촉해진다. 서툰 영어 발음으로 이름이 뭐냐고 물었던 작은 소녀. 무엇 때문인지 내 이름을 듣고는 혼자서 신나게 웃다가 내 손에 쥐어진 빈 생수통을 보더니 자신의 물통을 어깨 위까지 들어 올려 "떠스띠?"라고 말했다. 그 아이의 물은 알약으로 된 정수제를 넣었는지 가게에서 파는 생수의 투명하고 맑은 색이 아니었다. 내가 물을 살 돈이 없어 보였던 게 아닐 텐데 단지 지금 나는 물을 다 마셨고 자신은 물이 있다는 것 만으로 그렇게 물었다. 이 곳 라오스에 온 이후로 누군가와 떠들썩한 수다를 나눈다거나, 그렇다고 숙맥처럼 숙소에만 박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따듯한 사람의 마음이 항상 고팠던 것 같다. 섬은 식당도 많지 않고, 종류는 많아도 정작 재료가 없어 주문할 수 없는 메뉴가 수두룩해서 가장 보편적인 메뉴라고 생각해 주문한 팟타이가 대접 한 가득 담겨 나왔다. 그마저도 면이 조금 불어 있었지만 푸짐한 인심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또 한 가지. 주인아주머니가 음식 값을 받을 생각이 있으신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그릇을 다 비우기도 전에 고민에 빠진 나를 두고 오토바이를 끌고 어디론가 가시는 바람에 돈을 손에 쥐고 멍하니 앉아 기다려야 했다.
해는 아직 저물지 않았지만 숙소에 돌아와 테라스에 앉아 일기를 쓰는 지금 건너편 식당에서 주민들이 때 아닌 식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오후 4시인데 말이다. 이들이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비결은 조금씩 자주 먹는 식습관 때문일까, 아니면 귀찮아서 흥정도 안 하는 태평한 성격 때문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잘 웃고 수줍음이 많은 소년, 소녀들은 어딜 가나 예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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