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일기 "나의 플랜 B는 무엇으로 할까. 앞이 캄캄하다"
2017년 10월쯤부터 회사 생활이 더욱더 괴로워졌다. 다른 글에서 길게 쓰겠지만 새로운 편집국장이 왔는데, 너무 그 사람이 별로였다. 2017년 12월 31일 그리고 2018년 1월 4일에 썼던 글이다.
2017.12.31.
집에 내려와서 공부라도 해야하나 싶고… 이사할 생각에 머리는 아프고. 어떻게 내가 잘 버티며 살아갈까 싶기도 하고… 플랜B를 하면서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그렇게 살아야할 것 같은데, 나의 플랜 B는 무엇으로 할까. 앞이 캄캄하다.
토익… 언제 다시 보고 언제 다시 하나 싶고… 집에 내려와도 내가 엄마 아빠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우울하기만 할 뿐. 조금이라도 돈을 드리자.
바로 사직서를 내기도 어렵다. 나는 대출도 받아야 하고, 조금 더 퇴사 이후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일단 조금 더 버티면서…,
엄마한테 20만원 드렸다. 일기에 일기 썼다. 가장 힘들고 절박할 땐 아무도 도움이 안 된다고. 페이스북도 없애자. 비활성화했다. 인스타도 삭제하자, 카톡도 없애고 싶다. 자기소개서는 안 쓰고… 답답하니까 미래가 잘 써지지도 않는다.
2024년 6월 6일에 쓰는 현재 코멘트
: 다시 읽어보기만 해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6년 반 전의 구보라는 이런 상황이었고 이렇게 삶이 답답했구나.
그럴 땐 정말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으로 어떤 연락 오는 것도 안 받고 싶고 안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요즘의 나의 삶도 답답하다. 올해 1월부터 회사를 다니지 않는 백수이고, 2월엔 여행 다녀오고 3월 즈음부터 구직활동 열심히 하려했는데 3월엔 거의 내내 가라앉아 있었고 4월 중순 좀 지나서부터 으쌰, 해보려고 했다. 그럼 그때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건데... 얼른 취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조급하긴 하다. 이때처럼 엄마가 아아파서 마음이 슬프고 괴롭고, 더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서른 다섯살인데 무직이라니? 싶고 이 커리어를 대체 어떻게 다시 이을 수 있을까 조급하다. 그런데 조급해서 되는 일은 없다. 조급해서 되는 일은 없으니까.. 차근 차근. 회사 지원도 해봤고 면접도 봤다. 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럼 다시 또 해야지. 어쩌겠나.
2018.01.04.
답답하고 지긋지긋하다.
1시 40분에 눈 떠서는 계속 회의 때 생각이 나서 화가 맴돈다. 역시 이래서 안 돼. 기획취재일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는 통보. 거기에 같이 목소리 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다. 모두가 다 실망스럽다. 의지할 사람도 없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현재 - 이때는 동기가 퇴사했을 때) 나한테 도움도 되지 않는 존재들에게 무얼 기대하겠나. 다 싫다.
실망스러운 일들은 끊임이 없구나. 기획취재일도 사라지고, 얼른 은행 대출 알아보고, 대출 받고, 미래를 모색해보자. 주말에 놀지 말고. 알았지?
2024년 6월 6일에 쓰는 현재 코멘트
: 2018년 8월 중순에 나는 퇴사를 했다. 그전까지도 어떻게든 회사를 다니면서 돈 벌려고 노력했다. 다니면서 다른 곳에 취업하려고도 노력했다. 그러나 영 쉽지는 않았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일기를 블로그에 남겨두었다. 브런치에 이 기록을 올려보는 건, 누군가는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기도 할테니까.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지나가기는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퇴사 전에, 퇴사 관련한 글, 독립출판물을 엄청 많이 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