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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n 06. 2024

퇴사를 하고 싶지만 버티던 7년 전의 메모들

2017년 일기 "나의 플랜 B는 무엇으로 할까. 앞이 캄캄하다"

2017년 10월쯤부터 회사 생활이 더욱더 괴로워졌다. 다른 글에서 길게 쓰겠지만 새로운 편집국장이 왔는데, 너무 그 사람이 별로였다. 2017년 12월 31일 그리고 2018년 1월 4일에 썼던 글이다. 




2017.12.31.


집에 내려와서 공부라도 해야하나 싶고… 이사할 생각에 머리는 아프고. 어떻게 내가 잘 버티며 살아갈까 싶기도 하고… 플랜B를 하면서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그렇게 살아야할 것 같은데, 나의 플랜 B는 무엇으로 할까앞이 캄캄하다.

      

토익… 언제 다시 보고 언제 다시 하나 싶고… 집에 내려와도 내가 엄마 아빠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우울하기만 할 뿐. 조금이라도 돈을 드리자. 


바로 사직서를 내기도 어렵다나는 대출도 받아야 하고조금 더 퇴사 이후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일단 조금 더 버티면서…, 


엄마한테 20만원 드렸다. 일기에 일기 썼다. 가장 힘들고 절박할 땐 아무도 도움이 안 된다고. 페이스북도 없애자. 비활성화했다. 인스타도 삭제하자, 카톡도 없애고 싶다. 자기소개서는 안 쓰고… 답답하니까 미래가 잘 써지지도 않는다.



2024년 6월 6일에 쓰는 현재 코멘트 

: 다시 읽어보기만 해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6년 전의 구보라는 이런 상황이었고 이렇게 삶이 답답했구나.


그럴 땐 정말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으로 어떤 연락 오는 것도 안 받고 싶고 안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요즘의 나의 삶도 답답하다. 올해 1월부터 회사를 다니지 않는 백수이고, 2월엔 여행 다녀오고 3월 즈음부터 구직활동 열심히 하려했는데 3월엔 거의 내내 가라앉아 있었고 4월 중순 좀 지나서부터 으쌰, 해보려고 했다. 그럼 그때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건데... 얼른 취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조급하긴 하다. 이때처럼 엄마가 아아파서 마음이 슬프고 괴롭고, 더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서른 다섯살인데 무직이라니? 싶고 이 커리어를 대체 어떻게 다시 이을 수 있을까 조급하다. 그런데 조급해서 되는 일은 없다. 조급해서 되는 일은 없으니까.. 차근 차근. 회사 지원도 해봤고 면접도 봤다. 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럼 다시 또 해야지. 어쩌겠나. 



  

                                         

2018.01.04. 


답답하고 지긋지긋하다.      


1시 40분에 눈 떠서는 계속 회의 때 생각이 나서 화가 맴돈다. 역시 이래서 안 돼. 기획취재일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는 통보. 거기에 같이 목소리 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다. 모두가 다 실망스럽다. 의지할 사람도 없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현재 - 이때는 동기가 퇴사했을 때) 나한테 도움도 되지 않는 존재들에게 무얼 기대하겠나다 싫다.   


실망스러운 일들은 끊임이 없구나. 기획취재일도 사라지고, 얼른 은행 대출 알아보고, 대출 받고, 미래를 모색해보자. 주말에 놀지 말고. 알았지?



2024년 6월 6일에 쓰는 현재 코멘트 

: 2018년 8월 중순에 나는 퇴사를 했다. 그전까지도 어떻게든 회사를 다니면서 돈 벌려고 노력했다. 다니면서 다른 곳에 취업하려고도 노력했다. 그러나 영 쉽지는 않았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일기를 블로그에 남겨두었다. 브런치에 이 기록을 올려보는 건, 누군가는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기도 할테니까.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지나가기는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퇴사 전에, 퇴사 관련한 글, 독립출판물을 엄청 많이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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