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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율 Dec 06. 2024

한 해가 저물고

바람이 분다

세상 여기 저기서 거센 바람이 불고, 내 마음 속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나는 이 한 해를 어느새 또 보낼 준비를 하며, 여러 사람들을 동시에 만나는 모임에 나가고 있는 요즘인데, 그러면서 느끼는 점은 '친밀하다'는 이름 아래 익숙해진 폭력 속에 살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것. 오래간만에 만난 여러 얼굴들 사이에서 어느 순간 나도 그 형용사 속에 숨어서 더이상 자주 연락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 가끔 길을 잃고는 한다. 한 해에 한 번 만나는 사람에게 반가움을 느끼며 말을 거는 건, 이 송년회의 밤이 아니면 따로 연락할 관계가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렇게 행동한다. 그 안에서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연락해서 만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며 칭얼대는 이가 있다면, 오늘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뿐이겠지만, 그게 마음에 들리기를 상처 주는 것처럼 들린다면 관계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제발, 호구가 되지 말자. 누구나 밟고 지나가는 매트가 되지 말자. 그러면서도 나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꽂아서 쓰는 버틸 있는 성격은 아니다. 회사 생활에서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그렇게 머리 쓰고 싶지 않다. (나는 이러한 성향 때문에 혼자서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약지 못해서 한국에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떤 관계이든 시작했다면 예의를 지켜 최선을 다하고, 서로 맞지 않거나 피상적인 관계라면 차라리 연락을 끊는 세상을 사는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굳이 그렇게 자신이 느끼는 바를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해서 면박을 주어야 했을까?


답은 내 마음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이게 처음은 아니니까. 어렴풋이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이 어쩌면 제일 정확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일수도 있다. 사람은 변한다. 시간에 흐름에 따라 관계도 변한다. 개개인이 겪는 경험에 따라 시야도 변하기 때문에 그러할 거다. 안타깝고 아쉬워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서로 부던히 노력해서 맞춰 나가는 관계가 있을 뿐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의 주변 인간관계와 나 자신에 대해 뒤돌아보게 되니까 이런 것이 더 뼈져리게 느껴진다. 그렇게 배우고, 반성하고, 고쳐나가고자 해 본다.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서 성격이 바뀌는 것은 어려울 거다. 정말 내가 원해서 변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새해에는 여러가지 변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마음이 시키는 방향으로 더욱 더. 기수를 틀어 나아가 보려고 한다. 너무 고집스럽게, 틀린 답만 찾아가는 게 아니라면 괜찮다. 결국 인생은 내가 가장 마음 편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조금 덜 약아도 조금 더 오래 그렇게 살고 싶다. 


일 년에 한 두 번 만나는 사람이라도 진심어린 말투로 '너 피곤해 보이는 데 괜찮아?'라고 물어주는 마음에 훨씬 더 위로받았던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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