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우주의 마법사들

by 장서율


아기 다리 고기다리 (이게 나의 나이를 이야기해주는 표현이긴 하다) 던 영화 '승리호'의 넷플릭스 개봉이 이루어지고, 호젓한 토요일 오후를 틈타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우선 너무 아쉬운 건, 내 방안의 텔레비전이 영화관보다 크지 않은 것, 돌비 서라운드 입체 음향 뭐 이런 게 아닌 것. 영화를 보며 친구에게 문자로 이야기한 것처럼, 티저 영상만 봤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던 영화가 시작 1시간 후에 이미,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


뭐야 영화 너무 좋잖아!!



영화에는 많은 문학적/영화적 메타포가 등장하는데, 이 모든 것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우선 영화의 주된 등장인물 (마약밀매 전과자 박 씨, UTS 소속 우주 기동대장 김태호, UTS 입양 프로그램 출신 천재 장 선장, 그리고 그녀의 소중한, 업동이 AI 로봇) 및 주변 인물들을 어우르는 전지적 (이며 지켜줘야 할 존재의 상징. 일명 지구의 구원자이기도 할) 인물인 '도로시'는 흡사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에 다름 아니다. 아래 네이버 출처 '오즈의 마법사' 영화 소개를 보자.


*발췌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x_csa=%7B%22isOpen%22%3Atrue%7D&pkid=68&os=1752201&query=%EC%98%81%ED%99%94%20%EC%98%A4%EC%A6%88%EC%9D%98%20%EB%A7%88%EB%B2%95%EC%82%AC%20%EC%A0%95%EB%B3%B4



오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로시를 정신착란으로 알고 고치기 위해 삼촌부부는 그녀를 치료 전문가에게 맡긴다. 그곳에서 탈출하던 도로시는 빗물에 휩쓸려 강물에 떠내려가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또다시 '오즈'의 땅으로 와있다. 그런데 '에레랄드시'를 찾아가 보니 옛 친구들 세 명은 물론이고 도시의 모두가 마법에 걸려 돌처럼 굳어있고, 나쁜 마녀는 도로시를 괴롭힌다. 그곳에서 경비병 로봇과 호박 인형과 순록 침대라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다. 결국 도로시는 새로운 친구들의 도움으로 나쁜 마녀와 바위 괴물의 마법을 물리쳐 다시 한번 '에레랄드시'와 그녀의 옛 친구 세명을 구해낸다.



*발췌 완*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92년께 즈음에는, 세상에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다. 일명 우주 쓰레기 청소부 (space sweepers)와 우주 쓰레기 정박장이 되어버린 것 같은 지구, 그리고 유전적으로 우수한 자들이 모여사는 우주의 UTS 그리고 새로운 신도시 격인 화성. 제임스 설리번이라는 기업인은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딛고 UTS라는 기업과 우주도시를 지구의 모습으로 완벽히 재생해 내는 한편, 그 기원 격인 지구를 궤멸시키려는 거대 음모를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인물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Big brother처럼 '소마(soma)'같은 행복에 취해 맑은 공기를 먹고사는 UTS 시민들에게는 인류의 구원자처럼 군림하지만, 한편으로 지구인들과 비 시민계층 중 하나인 청소부들에게는 일을 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노동착취를 일삼는 지배층의 아이콘이다.








괴물이 되어버린 제임스의 모습은 보여드릴 수 없으니, 그 자신이 인간의 욕망이 추악하다 말하지만 자기 자신이 욕망의 흑화 완전판이었던. 1984를 영문판으로 처음 읽었던 나는 그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라.






거기에 하나 더해 제임스가 악의 꽃이 되는 건, 영화가 전개되면서 더 도드라지는데, 그는 천성적으로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우주 기동대장이면서 지구에서 우주로 불법 이민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 가운데 7개월 아이 었던 '순이'를 구출해내 자신의 딸처럼 키운 '김태호' (배우 송중기는 정말이지 착한 아빠 역할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어떤 흑화를 할지 기대되지만, 반듯한 그의 모습을 보니 이혼을 딛고 잘 돌아온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나, 자신의 비리와 음모를 밝혀내려는 '기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들을 처단하려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사진출처 포토뉴스. 왼쪽부터 김태호, 장 선장, 박 씨






장 선장 또한 제임스의 음모를 일찍이 잘 알아차리고 그를 암살하려던 쿠데타를 일으킨 인물. 제임스에 의해 인간 살상 무기로 지명 수배된 '도로시'가 사실은 뉴스에서처럼 살상 무기가 아닌, '똥을 싸는 (방귀를 뀌는)' 사람이라는 걸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여성이다. 장 선장을 연기한 김태리는 당차면서도 인간적인 면모와, 제임스를 없애 지구를 구원하고 인류의 격차를 없애려는 정의감을 가진 모습을 잘 나타냈다. 그녀가 AI인 업동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들은 영화에 잔잔한 재미를 더해주고, 아시듯 그 AI의 목소리 연기는 배우 유해진이 맡았다. 영화 끝부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한 업동이 모습이 나온다. 박 씨 또한 '타이거 박' 삼촌으로 분해, 인생의 의미가 돈을 버는 것뿐이었던 그의 삶에 '지키고 싶은 존재'를 선물하는데..








영화 승리호 속 도로시는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 죄송합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1939년도 원작이랍니다.






영화가 중반부로 접어들며 도로시의 능력인 '자연 재생'의 비밀이 드러나고, 제임스는 UTS를 유일무이한 낙원으로 만들려고 그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려던 음모를 알아차린 '승리호'의 인물들은 도로시와 그녀의 아버지 강 씨를 조우하게 해 주지만, 역으로 제임스 일당에게 당하고.... 지구와 도로시, 그리고 승리호의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되는데....




이 일생일대의 배틀이, 꼭 옛날~ 그러니깐 한 30년쯤 전 오락실에 가서 했던 그 우주선에서 미사일이 뿅뿅 발사되는 그런 화면의 2090년대 식 재생이라고 해야 할까? (스텔스 맞나요? 이름을 잊어버려서요) 섬광처럼 엄청난 속도로 급상 하강을 반복하는 우주선과 우주 기동대의 싸움은, 추억 속 그 오락실 화면 게임 장면을 그대로 영화 속에서 재현한 것만으로도, 엄청나다. 마법을 부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도로시 (그리고 그녀에게는 강꽃님이라는 아름다운 순한국말 이름이 있다)를 구하기 위해 수십수만의 별똥별을 쏘는 승리호의 주인들은 각자의 인생의 승리를 찾아 나섬에 다름 아니다. 특히 김태호는 자신의 부주의로 잃어버린 딸 순이의 시신을 찾는 과정 속에 꽃님을 만나, 순이와 있었던 순수하고 좋은 사람인 자신을 되찾는다. 그 안에는 용서, 사랑, 그리움, 후회, 그 모든 아버지가 딸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이 담겨있다.








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는 거라지만 나는 송혜교보다는 송중기 응원하고픔.






영화의 결말은 밝힐 수 없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고, 그 어떤 미래의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건 결국, 가족이 주는 안락함, 유대감, ( 이 가족이라는 것이 꼭 핏줄로만 연결되는 건 아니다)이며, 절대 악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이것과 싸우는 건 혼자가 아닌 연대 (검은 여우단, 그리고 우주 청소부 '들') 여야 한다는 그런 시대와 걸맞은 메세지였달까. 2021년에 접어든 지금도 절대 권력과 자본 앞에 민초와 여론은 맞서고 있고, 지독한 코로나를 이겨내는 것도 결국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 한 끼 식사와 웃음 아닌가 싶어서. 영화를 보며 느꼈던 범인류적인 유대감을 글로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가수 성시경의 노래 '태양계'를 들으며 이 글을 남겨본다.








바나나와 고구마를 으깨 팬 케이를 만들어 먹었다. 커피와 먹다 보니 김치 생각이 난 나는 한국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을 다시 들춰내 읽어봐야겠구나. 이유는, 영화 보십시오. 사람답게 살고 싶어 지니깐요. 물론, 사람다움의 개인적 정의는 모두 틀릴 수도 있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삶과 사랑'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선물 받은 게 장장 25년 전인데, 아직도 버릴 수 없는 건 내 꿈이 이 안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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