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영화

그린 마일 (1999)

by 장서율

어제는 에디트 피아프로 폭 녹아든 마음을 달래며 있었다면, 오늘은 요즈음 쭉 생각하고 있는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고 곱씹어 보는 깊은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았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앞으로 내가 살면서 내 삶에서 원하는 건 뭘까?"



올바른 길로 가고 싶었지만, 세상에 올바른 길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은 결국 개개인의 몫이다. 내 마음에서 얼마큼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 나의 지난 삶이, 앞으로의 시간이 꿈처럼 행복할 수도, 한없이 고통스러운 지옥 같을 수도 있다. 지난 일들을 애도하며 향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가운데, 조용한 4월의 주말에 나는 그린 마일 (Green Mile : 1999)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보고 무슨 내용일까? 했었는데.. 영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숨죽이고 빠져들게 되었다.



**하기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EA%B7%B8%EB%A6%B0%EB%A7%88%EC%9D%BC3.jpg?type=w1 명불허전의 배우 탐 행크스가 분한 교도관 에지콤브. 삶의 비밀을 알아버린 그의 표정

'Dead man walking'이라고 외치는 요란스럽고 비겁한 교도관 퍼시에 의해, 존 코피는 여아 두 명의 강간살해범으로 사형수 수용 교도소인 그린 마일 (Green Mile)에 오게 된다. 덩치 큰 강력범 치고는 순한 인상의 그, 는 어둠이 무섭다고 말한다. 에지콤브는 새로운 환경에서 두려움에 떠는 존의 모습을 발견하고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죄수를 바라보게 된다. 악수를 청하는 존에게 악수로 화답하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흘러간다. 옆 방의 사이코패스 와튼, 건너편의 델라크르와 등 몇 명의 죄수가 등장하고, 교도소 안에는 빵부스러기를 나누어먹는 쥐도 한 마리 등장한다. 후에 Mr. Jingles로 불리는 이 쥐는 에지콤브의 가장 오랜 친구로 남는다.








%EA%B7%B8%EB%A6%B0%EB%A7%88%EC%9D%BC6.jpg?type=w1 미스터 징글스가 정말 CG가 아니라고요?! 이런 귀여운 쥐면 나도... 한마리?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내 집이 생기면 해야지 하고 몇 년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지만..

퍼시는 사사건건 죄수들을 괴롭히는데, 그럴 때마다 에지콤브는 최대한 공평하게 죄수들을 처우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요로 관련 질환으로 시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교도소에서 쓰러진 에지콤프를 존이 조용히 부른다. 그는 알 수 없는 힘과 터치(?) 한 번으로 에지콤브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의 부부 생활이 좋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 퍼시에게 밟혀 죽을 뻔한 Mr. Jingles도 살려놓자 교도관들은 그를 데리고 나가 그들의 오랜 친구 Hal의 아내 멜린다를 병마에서 구제해 주기에 이른다. 기적이나, 신의 힘이나,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존의 선한 영향력은, 사람에게 공감하는 착한 마음과, 선과 악을 온몸으로 느끼는 부작용 속에서 그 자신을 수없이 괴롭힌다. 존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들의 원인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에겐 오직 여기, 그만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할 뿐이다.

%EA%B7%B8%EB%A6%B0%EB%A7%88%EC%9D%BC1.jpg?type=w1 사실 그는 성인(Saint) 의 환생인 듯 보인다.


%EA%B7%B8%EB%A6%B0%EB%A7%88%EC%9D%BC2.jpg?type=w1 그리고 나는 사실, 어떤 종교든 종교에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함과 악함이 존재하고, 좀 더 선하려는 노력을 하게 만드는 게 종교라고 생각한다.

고의로 전기의자에 앉은 델라크루와를 괴롭게 처형한 퍼시에게, 자신이 뒤집어 쓴 죄의 진짜 범인인 와튼을 쏴 죽이게 하고 퍼시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것으로 악을 처단한 존, 은 자신이 선고 받은 대로 사형을 집행받기에 이른다. 에지콤브는 그를 도망시키려 하지만, 존은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내가 그들의 모든 아픔을 대신 느끼는 것'에 진심으로 괴로워하며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고 한다. 존이 범인이 아님을 알면서도 처형을 집행해야 했던 44세의 에지콤브는, 이 형을 끝으로 더 이상 형 집행을 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EA%B7%B8%EB%A6%B0%EB%A7%88%EC%9D%BC4.jpg?type=w1 엘리에게 이야기를 하는 현재의 에지콤브. 존이 죽기 전에 보고 싶어했던 영화를 다시 보고, 그를 떠올린다.




108세가 된 에지 콤브는 과거를 회상하며 양로원의 친구 엘리에게 자신과 함께 존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이어받아 아직도 살아있는 친구 Mr. Jingles를 소개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먼저 떠나보내고 아직 살아있는 자신이, 존에 대한 속죄로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신이 보낸 기적을 살리지 못하고 그냥 보내버린 자신은 영겁 같은 세월 속에서 매일 주변의 사람들이 죽어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존은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 속의 자신을 만나고, 용서하고, 감싸 안으며 현재를 산다.



학교에서 배웠던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통합은 노년기에나 오는 것이었는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과거의 과오를 감싸 안으려는 작업, 을 나는 요즈음 하고 있다.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기 위해서 땅을 다지는 느낌이다. 이전에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감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기억을 남겨본다. 지극히도 개인적인, 영화에 대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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