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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요가 Jan 30. 2020

기억 끄집어내서 바라보기

너도 나도 명상

마음이 작용하지 않는 순간이 있던가. 우리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제 감각보다 더 많은 생각의 틈바구니 안에서 살고 있다. 생각을 만들어 내는 뇌의 작용은 늘 새로울 것 같지만 살아온 동안 겪었던 직·간접적인 경험의 기억이 대부분이다.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은 적어도 나에게는 사실이고 진실이며 나의 생각이고 그 생각은 어떤 선택과 결정에 작용한다.
 
수많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진실로 알고 살아보지만 삶의 현장 곳곳에서 부딪힌다. 보통은 개인의 생각과 사회적 현실이 일치하면 동요하지 않지만 다를 경우 우리는 실의에 빠지거나 슬픔과 화, 실망 등의 감정을 느낀다. 그 차이에 따라 마음의 동요 정도가 다르고 괴리가 크면 클수록 마음과 몸이 고통스러운 지경까지 이르기도 한다.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며 허우적대기도 하고 과거에 얽매여 괴로운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또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도무지 모른다.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치료(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개인의 감정에도 무언가 필요하다. 짜증과 화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드러나서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면 더 우울해지기 전에 대처해야 한다. 과거는 말 그대로 과거지만 그 경험이 쌓이고 다져진 현재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  바꿔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혼자 발버둥 치는 일은 너무나 버겁다.  ‘사람 안 변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말 같다. 더군다나 개인의 생각을 점철하는 과거의 수많은 경험을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과거의 기억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기억을 통째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그럴 수도 없겠지만) 기억 속의 감정을 배재하고 현상만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어떤 비슷한 상황이 닥쳐도 습관적으로 불쑥 나타났던 부정의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긴 설명 끝에 ‘명상’을 얘기해본다.
 
명상. 내가 배운 명상은 과거와 기억을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수정할 수도 덮어버릴 수도 없는 기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슬픔, 화, 자책, 회한 등의 감정이 어느 때고 나타나 괴롭힌다면 과거의 기억을 꺼내야 한다. 지랄 맞은 상황, 꼴도 보기 싫은 인간들, 바보 같았던 나, 힘들었던 그때, 무섭고 괴로웠던 그날, 억울하고 화나게 했던 모든 기억. 이때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나, 그때의 상황,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그때의 상황과 사람에 대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쉽지 않다. 나 역시 같은 상황을 매번 떠올리며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수년을 노력 중이지만 아직도 힘들다.
 
명상을 하며 꺼이꺼이 울음을 참지 못해 일어나 걷기도 하고 한참 동안 숨을 가다듬어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오히려 기억 때문에 힘들었고 생각이 더 많아져 잠을 이룰 수 없기도 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화를 내다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멈춘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상황에서도 화내는 것을 멈추는 일은 적어도 내게는 보통일이 아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했던 말들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을 끄집어내서 바라보니 나 역시 상대에게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안 이후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과 사람과 그때의 내 모습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그래서 습관처럼 하던 생각과 행동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래서 명상이 필요하다.
 
사회의 변화를 위해 도움을 주고 활동하는 것만큼이나 내 마음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평균 37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높은 자살률의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어두운 생각들과 불안한 미래와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명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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