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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우리 Sep 05. 2020

영감수집 |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

<세바시> 이슬아 편

<루티너리> 앱에 세팅해둔 대로 모닝 루틴을 끝냈다. 하루의 시작에 변화를 주니 그 이후의 시간도 달라졌다. 보통 같으면 드러누워 밀린 예능을 봤을 텐데 오늘은 어제 몇 편 봤던 <세바시>를 켰다.


가장 처음 본 건 <세바시> 이슬아 편.

https://youtu.be/dr6z0JdcxbI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고 싶고 또 잘 쓰고 싶은 나는 이런 섬네일의 영상을 지나치긴 쉽지 않다. 그의 강연 중 와 닿았던 부분을 적어보았다.



글쓰기는 마음을 부지런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게으른 마음의 상태일 때는 무언가를 대충 보고
누군가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고 함부로 단정 짓는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도 유심히 다시 보게 된다.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다시 '알아보는' 일. 

요즘 나의 마음 상태와도 같다. 모든 게 뻔하고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 특히 사람에 관하여. 누군가에게 들은 말로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일반화하며 쉽게 평가한다. 이전엔 상대를 너무 좋게만 봤는데, 어느새 마음이 찌든 탓인지 한껏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내 마음이 게을렀나 보다. 한창 사진 찍기를 좋아할 때, 글 쓰는 게 너무 재밌어 글감을 수집할 때의 나는 지금보다 눈이 초롱초롱 빛나며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새로이 봤던 것 같다. 열려있는 눈과 마음을 가져야겠다.


좋은 글은 오감이 살아있다.
이런 감각을 잘 묘사할수록 글에는 좋은 생명력이 생긴다. 

묘사가 있는 글. 독자를 그 상황으로 데려가 주는 일. '이런 감각을 포착해 글을 쓰는 건, 나 자신을 부지런히 아끼는 일'이라고도 그는 말했다. 나의 글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뇌에서 나온 글. 예민한 감각을 낚아 올려 생생하게 쓰는 글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내 글이 지겨운 이유도 이 때문일까.


나르시시즘에 갇힌 글쓰기는 답답하고 좁은 세계.
주어가 '나'뿐인 세계.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나뿐인 세계는 바닥이 나기 마련이다. 나에게서 남으로 주어를 이동하고 확장하게 된다. 


나에 대한 글은 이제 그만. '주어의 변화는 나로 향하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글쓰기는 다른 사람의 마음과 삶에 부지런히 접속하는 과정. 시선의 이동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입체적인 관찰을 하고 상대의 여러 가지 면을 포착하고 헤아리려는 의지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여태 나의 시선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평소 대화할 때도 그렇고 나의 의견이 나의 감정이 너무나도 중요하고 이걸 타인과 나누고 싶어 안달이 나있곤 하다. 그런 건 나 혼자 보는 일기에나 쓰면 되는데. 글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닮았다. 


글쓰기는 입체적인 타인들을 잘 설명하기 위해 풍부한 표현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다. 글쓰기에서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랑.

흔히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주 많이 쓰는 게 제일이라고 하지만, 그동안의 관습을 전복시킬 누군가의 한마디를 만날 때면 그게 무엇이든 배우는 것이 혼자 갇혀있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오늘의 글쓰기는(이 글 말고!) 나에서 벗어난 글을 시도해봐야겠다. 그전에 이슬아의 글쓰기 관련을 죄다 찾아봐야지.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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