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May 19. 2016

나는 영상통화가 싫다.

I Hate Skype.

화면 너머로 보이는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생명의 온기가 아닌 화면의 차가움일테니까 말이다.
… when I stretch my arm towards the person over the screen, all I would feel is the coldness of the device, not the warmth of a life.


[한국어는 아래에]


130일: 2016년 5월 18일, 멜버른


한국을 떠나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잠시 살았던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도 헤어져야 했으며, 곧 돌아가겠지만, 홍콩에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두고 왔다. 멜버른에서 만난 친구들도 곧 나와 다른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 소중한 인연들을 이어갈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구 반대편에 앉아서 프랑스에 있는 친구와 메시지를 하고 영상통화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영상통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고 물었을 때 내 즉각적인 답변은 “게을러서?”였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그 말에 친구와 나는 몇 시간이고 대화를 이어갔다. 화면에 꽉 찬 얼굴을 쉼 없이 바라보며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의 부담감과 어색함과 더불어, 많은 경우 단지 육하원칙에 따른 안부 전달을 하기에 시시한 대화가 되어버린다는 이유, 혹은 변명을 나는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같은 도시나 나라, 대륙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나의 무관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순간에 내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과 것들에 더 집중하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이라고 나는 덧붙였다. 내 우선순위는 실제로 내 곁에 있는 것들에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이는 참 이기적인 말이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아무리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보낸다 하든,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진심으로 가족들이 보고 싶고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자꾸만 떠나고 싶고 새로운 곳에 향하고 싶은 그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에 보고 싶은 이들을 보러 가지 못하고, 아니 어쩌면 그러지 않는 것이 이기적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결국은 불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어디를 가든 나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왔지만, 그 인연이 전 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있기에 내가 실제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지 않는 한, 모든 이들을 볼 수 없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영상통화란 그 인연을 이어나갈 차선책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영상통화가 싫다. 흐릿한 화면 너머, 자주 끊기는 영상에서 보이는 상대방의 모습은 직접 눈앞에 두고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아니, 설사 기술의 발전으로 HD 품질 영상통화를 레티나 화면으로 할지라도 나는 영상통화를 즐기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은 두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다가 손을 잡고 싶거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싶으면 손을 뻗으면 되지만, 화면 너머로 보이는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생명의 온기가 아닌 화면의 차가움일 테니까 말이다.


언어적 소통이 인간관계와 대화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함을 나는 알고 있기는 하지만, 비언어적 소통과 정서적 연결 역시 그만큼 중요하며, 이는 영상통화로는 전달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집 강아지 희지가 세상을 뜨기 전, 내가 아무리 화면 너머로 이름을 불러도, 그리고 희지가 내 목소리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나는 그 부재를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더 보고 싶었고 살결을 느끼며 꼭 안아주고 싶었다. 두 존재 간의 관계에서 말이 사라지자 그 나머지 것들이 더 뚜렷해졌지만, 화면 너머로는 그 ‘나머지 것들'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슬펐다.

그래서 나는 영상통화가 싫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Day 130: 18 May 2016, Melbourne


When I left Korea, I had to say bye to friends and family. I eventually had to say bye to friends in Barcelona too. While I’ll be back in a few months, I left Hong Kong and the people I’d miss in the city. Soon, the friends I made in Melbourne will all head to different destinations as well.


Luckily, I do have the privilege to be able to keep in touch with these people in my life. Sitting on the other side of the world, I can message and Skype with a friend in France anytime I want to. Still, I don’t like Skype.


When asked why I don’t like Skype, my immediate response was “because I’m lazy?!” I answered half-jokingly but we continued the conversation about the same topic for hours. My reasons (or excuses) were that I find it awkward to constantly stare at someone’s face that occupies the entire screen, which never happens in real life. And we’d usually be updating each other on what has been happening in our lives, under the five W’s and one H, which I find boring mostly. I added that it is not because I’m uninterested in those who are in a different city/country/continent, but because I prioritize the people and things that are actually present in my life right now. My priority lies in real-life interaction.


Maybe I’m selfish. Are my messages to those who are 10-hour-plane-ride away, saying how much I miss them or love them with a heart emoji, empty and vain? I’m not saying that those messages are fake. I do mean it. I genuinely want to see my family and spend time with my friends, but my personal desire to leave and see new places hinders me from visiting and spending time with the ones I miss. And maybe that’s selfish.


It is, however, an impossible scenario too. I was lucky enough to have met amazing people in anywhere I’ve been so far. But since people are spread out around the world, it has become unattainable for me to see them all, lest I constantly fly from one end to another. Hence, Skype is probably my second-best option to keep the relations.


Still, I don’t like Skype. Over the blurred screen where the other person’s image freezes every once in a while, I can never have the same interaction as having that person before my very eyes. Even when the technological advancement let me Skype with an HD quality over a Retina screen, I don’t think I’ll truly enjoy Skype.


During a real-life interaction, I can reach out to hold hands and stroke hair, but when I stretch my arm towards the person over the screen, all I would feel is the coldness of the device, not the warmth of a life.


I’m aware that verbal communication takes up a big part of human relationship and conversation. But I also believe that nonverbal communication and emotional connection are as important, and they are not transmissible over Skype. That’s why before my puppy died, when I tried to call out her name over Skype and she’d react to my voice, I could never fill in that absence. So I missed her even more and I wanted hug her tightly to feel her presence. When the words disappeared between two beings, the rest became clearer, yet ‘the rest’ was unfelt over the screen.


That made me sad.

And that’s why I don’t like Skype.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매거진의 이전글 매 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