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May 31. 2016

돌아보며...

Looking Back...


Day 140: 28 May 2016, Melbourne


I walked down a quiet street in Carlton on a Sunday late afternoon. Temperature dropped, icy wind blew and the autumn leaves rustled. Cold air made everything bleak and stark.


Just like the first few weeks in Melbourne, winter came and I was without a bike, walking in Carlton. And I was strolling around the neighborhood that I lived in when I first arrived. Small, two-story Victorian houses with embellished terrace were flanked by similar, but not identical buildings. Every house had its own character but streets still looked harmonious. As I stepped forward, I absorbed bits and pieces of the scene that unraveled before me.


On a bike, everything goes fast. I’m constantly on the move. Even when I am conscious, it’s easy to jump from A to E, and miss out on B, C and D. When I walk, everything turns into a slow motion at first. Then I slowly adjust to a new pace, and I get to see E, F, G, H… Not just that, but I also get to observe E in detail. Before, it was a mere snapshot and my mind only drew a quick croquis of it, but now my eyes were painting a detailed imagery.


While outlining the crisp, dry leaves suspended at the edge of a tree, I become pensive. The outer surroundings brought me back to the first weeks in Melbourne. But walking down the same place, while feeling the same temperature, I didn’t feel the same.

Is this what some call ‘nostalgia’?


When the word ‘nostalgia’ was first coined in the 17th century, it was considered a form of melancholy. But I wasn’t melancholic about walking the past sentiments. Well, now nostalgia is more commonly associated with pleasurable emotions reminiscing particular moments in time. But I’m not sure whether I was experiencing such either.


I could see myself walking down the same street just a few steps before me. I could see how excited but scared I was at the same time. Every time I move to a new place, a young version of me peeps out a little: A shy and quiet girl who used to get nervous yet ambitious every time she changed schools — since primary school to university, I had unusual ruptures from one school to another. I had to get accustomed to complete new group of friends and environment — . After a short, unsettling and precarious period, she’d return to her truthful self, a determined, maybe even stubborn individual. And here I was, a bit more assured and a bit wiser, proudly looking at a younger self.


I think it wasn’t nostalgia. It was a relief, a sense of pride for making the past 10 months more than what I hoped for, and growing up to a person that I desired to be, only to aspire to grow more.


It wasn’t nostalgia. It was a reassurance, a pat on the back from the future self who is looking at me today from a few steps behind, content about the choices I’ve made today and will make tomorrow.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140일: 2016년 5월 28일, 멜버른


일요일 늦은 오후 칼튼의 조용한 거리를 걸었다. 기온은 떨어졌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람이 불자 가을 낙엽이 부스럭거렸다. 차가운 공기가 모든 걸 서늘하고 황량하게 만들었다.


멜버른에 온 처음 몇 주 때처럼, 또다시 겨울이 왔고 나는 자전거가 없이 칼튼을 걷고 있었다 .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 살던 그 동네를 말이다. 작고, 장식적인 테라스가 있는 빅토리아 스타일 이층집들이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집들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각자만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만 거리는 조화를 이루었다. 발을 내디디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하나하나 흡수했다.


자전거를 타면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간다. 나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신경을 쓰고 있더라도 1에서 5까지 뛰어넘기 마련이다. 2, 3과 4를 넘겨버리고 말이다. 걷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모든 게 느리게 느껴진다. 하지만 새로운 속도에 천천히 적응하기 시작하면 5, 6, 7, 8… 을 건너뛰지 않고 보게 된다. 그뿐 아니라 5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단순히 스냅샷이었던 장면들, 마음속으로 재빨리 크로키를 그렸던 그 장면들을 이제는 자세하게 눈으로 그리고 있었다.


바삭하게 마른 잎사귀가 나뭇가지 끝자락에 매달린 것을 눈으로 그리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바깥 환경이 나를 멜버른에 온 첫 몇 주로 돌아가게끔 했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온도를 느끼고 있었음에도 나는 같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게 바로 ‘향수(鄕愁)’ 인걸까?


17세기에 ‘향수’라는 말이 처음으로 생겼을 때 이는 우울증의 한 종류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감정을 다시 밟으며 딱히 우울하지는 않았다. 사실, 요즘에 향수는 보통 특정 시기를 돌이켜보며 느끼는 행복한 감정과 관련짓는다. 하지만 내가 그걸 경험하고 있었는지도 확실치는 않다.


몇 발자국 앞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신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빼꼼 얼굴을 내밀곤 한다. 수줍고 조용했던, 학교가 바뀔 때마다 긴장했지만, 야망 넘쳤던 그 아이 말이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했다) 약간의 불안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원래의 본인으로 돌아가곤 했다. 자신감 넘치는, 어쩌면 고집이 센 사람으로 말이다. 이처럼 나는 조금 더 어렸던 자신을 자랑스럽게 보고 있는, 조금 더 확신에 차고 현명해진 내가 있었다.


향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신, 안도감과 함께 지난 10개월 동안 내가 원했던 바보다 더 많은 것을 해냈다는 것에 대한, 그리고 내가 원했던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더해서 삶에 있어 더 많은 성장을 원하는 사람이 된 것에 대해 말이다.


이건 향수가 아니었다. 이는 안도감이었다. 아니, 현재의 나를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며 오늘부터 그 시점까지 내가 내린 결정들에 만족한, 미래의 내가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