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인생의 무게
-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
집과 학교만 알던 한 학생이 사회에 진출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잘 모른다. 내 앞에 어떤 허들이 각 단계별로 놓여 있는지. 여기에 더해서, 부모님과 선생님도 더 이상 나를 안내하고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이제부터 진짜 나의 인생, 다음 단계가 펼쳐진다.
당시는 몰랐지만
학교 공부로 머리에 든 지식이 현실 속의 무기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을 시킨다. 때로는 이런 시간을 아끼고자 경력직을 채용한다.
또한,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에게는 기회도 많지 않다. 일단 버텨야 길이 보인다. 이 지난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거나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세상이 사회 초년생을 받아들이는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비로소 깨닫는다.
'인생이 그리 만만하지 않구나.'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더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을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는, 이번에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고, 결혼을 하게 되면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가 달라진다. 때론,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을 정도의 압박감을 느낀다. 그 나이 대에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충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대부분은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거치고 나서 뒤돌아 보면, 그 당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 후회가 앞선다.
"그때, 왜 미처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어린 자녀는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 왠지 나와 같은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후회와 함께 찾아오는 깨달음
어느 순간 현타가 온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인생을 잘 살아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다. 후회와 반성, 자기 성찰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된다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아이에게 단순히 물질적인 부를 물려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인생의 지혜를 찾아가도록 길을 안내하고 싶지만, 마음만 앞설 뿐 제대로 전할 방법을 모른다.
단지 자식뿐만이 아니다. 퇴직 후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내가 바라본 세상은, 이전에 알던 사회가 아니다. 다시 두 번째 스무 살로 돌아가서 어떻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더 이상은 준비부족으로 후회를 하고 싶지만, 여전히 오늘은 불안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예전의 스무 살이 다시 생각난다.
첫 번째 스무 살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의 경험이 이미 있다면, 두 번째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맞이하는 스무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고민하고 있다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힘
중장년을 맞이하면서,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추억에만 기대어 오늘을 살 수는 없다. 더구나 알 수 없는 미래를 전혀 준비 없이 맞이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에 갇혔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날 대부분의 고민은 웃으며 떠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이하게 된 지금의 나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 이상 시간이 나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선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려고 하는 마음과는 달리, 자꾸 헛 걸음질만 반복한다.
하지만, 그동안 견뎌온 세월 속에서 체득한 게 있다.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걱정만 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현재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 버텨보는 것"
어쩌면,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 방법인지 모르겠다. 매번 휘청이고 넘어질 수는 있어도, 그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준비를 해야 한다.
"일어서야, 한 번 더 점프를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