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동백이를 닮아 활짝 피어날 나를 그려본다
따뜻한 햇살과 충만한 수분을 머금고 피어난 꽃들이 지고 매서운 바람과 온몸을 움츠리는 겨울이 오면 피는 꽃이 있다.
‘동백꽃'
이 동백꽃과 닮은 동백이가 있다. 지난가을, 내 마음을 뭉글뭉글하게 만들어 주었던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이다. 동백이는 엄마의 고단한 삶 때문에 7살부터 고아원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지만 그림자처럼 뒷바라지만 해주다 덜컥 생겨버린 아이를 책임지며 술장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 한 문장만으로 동백이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편견이라는 옷을 먼저 입혀놓고 동백이를 대한다. 그래서 동백이는 세상을 대할 때 남들보다 더 많은 인내가 필요했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깡다구를 가지며 살아가야 했었다.
이렇게 자신 없이 땅만 보고 걸어 다니던 동백이가 용식이를 만나면서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용식이는 어떤 방법으로 동백이의 고개를 들게 해 주었을까? 동백이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칭찬을 해주고 믿음과 사랑을 주며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고아에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님까지 됐어요. 남 탓 안 하고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 더 착하고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내는 거... 그거 다들 우러러보고 박수쳐줘야 할 거 아니냐고요!'
처음에 동백이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칭찬과 인정을 받으니 낯설고 어색하여 부정하였다. 하지만 이내 용식에게 걸린 마법의 주문처럼 스스로 각성 해나가게 되었고, 동백이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왜 이 드라마가 좋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우리 삶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고난과 아픔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다. 지금 주어진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꿀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은 부정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을 인정하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담긴 이 드라마가 좋았다. 내가 나중에라도 지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드라마라 느껴진다.
후반부에는 동백이를 고아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동백이 엄마의 마음과 한평생 죄책감으로 지내다 다시 만난 딸에게 그 마음의 빚을 갚아가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눈물샘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상처를 받는 사람은 당연히 힘이 들지만, 사실 상처를 주는 사람의 고통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을 표현한 부분에 마음이 시렸다.
동백이 엄마가 병으로 인해 삶이 마지막 순간에서 동백이에게 보낸 편지도 동백이가 그동안 받았던 상처를 치유해줌으로써 동백이가 자존감을 가지고 세상을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모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너한테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고자 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7살로 남아있지 마 ,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훨훨살아, 훨훨,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믿고, 그런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