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이거나 16:9이거나
우리가 어떤 그림 전시회를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하얀 도화지, 규격화된 캔버스입니다. 내가 어떤 사이즈의 캔버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릴 수 있는 범위나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이 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슬라이드의 크기입니다. 이 슬라이드 크기는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규격화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슬라이드의 사이즈(해상도)는 비율로 계산하고 4:3 혹은 16:9 두 종류뿐입니다.
애플 키노트를 실행하면 가장 먼저 뜨는 테마 선택 창입니다. 우측 상단의 버튼을 통해 와이드(16:9), 표준(4:3) 슬라이드 사이즈를 정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섬네일의 이미지 비율이 미세하게 바뀌는 것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비율은 프레젠테이션 환경에 영향을 받은 비율로, 주로 우리가 하게 되는 프레젠테이션이 '빔프로젝터'나 '텔레비전'을 통해 하게 되는데 해당 디바이스들이 지원하는 해상도의 비율이 주로 4:3, 16:9 두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4:3과 16:9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대규모 홀을 가진 프레젠테이션 환경에서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하여 무대 앞쪽에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하고, 빔프로젝터에 프레젠테이션 디바이스를 연결하여 대화면에 슬라이드를 보여줍니다. 스크린이 크면 클수록 청중들이 느끼는 몰입감과 압도감이 높아집니다. 지원되는 프로젝터의 안시가 높을수록 더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게 되는데, 주변의 조명이 어두워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 프레젠테이션의 비율은 4:3보다는 16:9로 많이 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요즘은 디스플레이가 많이 대형화되면서, 회의실에 빔프로젝터 대신 회의를 위한 대형 회의용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스플레이는 빔프로젝터에 비해 주변 조명의 영향 없이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지만, 공간이 너무 넓을 경우, 최적의 시청 시야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디스플레이는 성능이 매우 좋아 고해상도를 지원하며, 기본 비율은 16:9 비율을 제공합니다.
4:3과 16:9의 슬라이드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비율을 슬라이드에서 표현되는 픽셀수, 즉 해상도로 표시해보면 4:3의 슬라이드 사이즈는 1024 x 768, 이고 16:9는 1920 x 1080 (또는 1280x720)의 슬라이드 사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16:9가 4:3의 슬라이드보다 가로가 세로보다 더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의 차이는 슬라이드 위에 배치되는 오브젝트들의 레이아웃과 그리드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상대적으로 16:9 비율이 4:3보다 넣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더 많아 짐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예로, 우리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카메라 촬영 시 옵션을 통해 사진을 어떤 비율로 촬영할지 비율을 정할 수가 있습니다. 같은 촬영 장소에서 4:3 비율일 때, 16:9 비율일 때 화면에 보이는 정보들은 달라집니다. 슬라이드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16:9 비율일 때 더 많은 사물들을 프레임 안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16:9가 4:3보다 더 많은 이미지와 정보를 담을 수 있습니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두 이미지는 16:9와 4:3의 공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좌우측에 적용된 이미지 사이즈는 둘다 동하게 적용되어있습니다. 동일한 이미지 사이즈에서 16:9에서는 좌우로 와이드하여 이미지를 6개까지 보여줄 수 있는 반면, 4:3에서는 3개씩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4:3에서 이미지를 많이 줄여 16:9처럼 이미지를 많이 보여줄 수 도 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위하여 과감하게 2장의 슬라이드로 구성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텔레비전에서 보는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대전환 되었던 아련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앞뒤가 뚱뚱했던 브라운관 텔레비전(4:3)에서 지금 대부분의 집에서 볼 수 있는 완전한 직사각형 형태의 디지털 텔레비전(16:9)로 한창 교체가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방송국 콘텐츠들은 격변의 시대다 보니 16:9 콘텐츠를 준비하지 못해 그대로 4:3 비율로 방송을 송출하는 콘텐츠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이럴 경우 16:9 텔레비전에서는 좌우에 검은색 띠를 넣은채 송출되어 시청자들은 왠지모를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16:9 비율의 디스플레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환경에서, 4:3의 비율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경우, 좌우에 검은색 띠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시각적으로 매우 답답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발표자 환경에 맞는 비율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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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으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16:9 환경에서 디스플레이 해야할 경우
4:3의 비율로 제작된 콘텐츠를 16:9로 강제로 늘리면, 이미지가 좌우로 쭈욱 늘어난것 처럼 보입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가 매우 떨어져 보입니다.
이런 경우, 좌우에 검은색의 레터박스가 생기게 하여, 4:3의 콘텐츠를 16:9 가운데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16:9를 지원하는 프로젝터나 텔레비전에서 자동으로 이런 환경을 맞추어주기는 하지만, 가끔 설정이 잘못되어 위의 don't사례와 같이 좌우로 이미지가 쭉 늘어나 보이게 될수 있습니다.
16:9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4:3으로 해야하는 경우
사실 위와 반대의 경우가 가장 최악의 상황입니다. 16:9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4:3 빔 프로젝터로 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프로젝션의 경우 16:9를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구형 모델의 경우 낮은 해상도 지원으로 인하여 16:9를 온전히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강제로 무리하게 16:9를 구현할 수는 있는데 텍스트의 글꼴 모양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아 전체 완성도를 떨어져 보이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이 경우는 슬라이드 비율을 4:3으로 바꾸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좀 더 나은 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강제로 4:3에서 16:9, 혹은 그 반대로 진행할 경우 소프트웨어에서 자동으로 레이아웃을 최적화 시키기 때문에 레이아웃이 심하게 변경될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다양한 슬라이드 크기 바꾸기
프레젠테이션 툴에서는 현재 작업 중인 슬라이드 디자인의 비율을 상황에 따라 16:9에서 4:3으로 혹은 그 반대로 쉽게 변환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능은 와이드, 표준의 두 비율뿐 아니라, 다양한 비율로 커스텀 할 수 있어 프레젠테이션 외 문서 작업 등의 사용 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된 비율을 변경하면 앞서 살펴본 예시처럼 오브젝트들의 레이아웃들이 심하게 변경될 수 있으므로 중요한 파일이라면 복제를 하여 테스트해보는 등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옵션에서 손쉽게 4:3 비율과 16:9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비율은 청중들의 눈에 익숙한 비율이기 때문에 디자인하는 사람이 환경에 맞추어 골라 쓸 수 있도록 열어 둔 것입니다.
우리는 위의 예제들을 통해서 4:3의 비율은 좌우 여백이 작고, 가로 세로 길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정보를 빈틈없이 채워 보여줄 수 있어 가독성이 좋고, 안정감 있는 레이아웃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16:9의 경우는 4:3에 비해 좌우가 길어져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화면 연출이 가능하여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이미지들을 드라마틱 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어느 비율의 비율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눈은 상하보다 좌우로 넓게 볼 때에 생생한 느낌을 더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16:9 비율로 많이 제공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16:9를 뛰어넘는 와이드 한 비율의 콘텐츠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의 지난 프레젠테이션 히스토리를 보면,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4:3 비율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16:9, 그 이상의 와이드 한 비율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시각적인 부분을 많이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텍스트는 최소한으로 하고, 몰입감 있는 프레젠테이션이 대세가 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4:3 비율보다는 16:9 (혹은 더 더 가로 폭이 더 넓은 비례로) 슬라이드 디자인을 기준으로 많이 디자인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대세가 이럴 뿐, 발표할 환경에 맞는 슬라이드 크기의 기준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다음차시예고 -
슬라이드 위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디자인 요소를 배치할 것인가?' - 레이아웃&그리드
지난 2년간의 글들을 모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출판사: 제이펍)라는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더 다듬어진 글들과 더 풍성해진 예제들은 아래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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