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다섯 번 째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글쓰기다.
나의 아주 오랜 취미이자, 나름의 특기이자, 잔재주 아닌 재주 , 글쓰기.
초딩시절 백일장&사생대회를 나가면
글쓰기는 30분, 그림은 3시간을 걸려 그려도
늘 언제나 선생님들의 평가는
"너 글쓰는것 만큼만 그림도 좀 열심히 그려봐라ㅡ" 였다.
.. 아무래도 그림 재주는 아빠가 동생에게만 주신 모양이다.
어제 쓴 독서의 관련된 글에서 좀 이어지는 이야기를 덧붙여야겠다.
어렷을 적 부터 혼자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이지만,
이 습관이 든 건 초등학교 4학년때다.
그 떄 당시 담임선생님을 정말 좋은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지금의 내 독서습관과 글쓰기 취미를 만들어주신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반 교실 뒤에는 작은 미니 도서관이 하나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바닥에 조립식 블럭형 매트도 까시고
도서실에서 남는 책장을 두어개 가져다 두시곤
학기 초 , 반 아이들에게 우리반 미니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게 하셨다.
만화책도 상관 없었고, 집에서 자기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싶은 것을
가지고 와서 친구들과 함께 돌려보며 읽자는 취지에서 만드신 거였다.
책을 기증해도 하나, 책을 한 권 빌려가도 하나,
다 읽고 선생님 앞에서 줄거리와 느낀점을 설명하면 또 하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가져온 책의 권 수나, 읽은 수 만큼의 스티커를 주셨고
그 스티커를 반 뒤에 붙어있던 이름표 그래프 위에 스티커를 붙여,
매 달 가장 많이 스티커를 모은 아이에겐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주셨었다.
그러다보니 매 달 아이들은 스티커를 하나라도 더 받겠다고
치열한 독서 전쟁(?) 기증 전쟁(?)을 벌이며,
(심지어 아빠 몰래 아빠의 고전서적 같은걸 훔쳐와 내는 아이부터
백과사전을 기증한 아이도 있었다)
우리는 매 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우리끼리 작은 시상식을 갖고, 선생님과 공기놀이 대회를 하며
마무리는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이나 간식을 풀어놓고 나눠먹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반만 그랬다. 매 월 마지막주 토요일은, 수업 안하고 선생님이랑 노는 날이었다.
덕분에 4학년이 끝날 즈음에, 우리반 아이들은 거의 모두가 독서광 습관이 길러져 있었다.
원래도 책을 좋아했지만, 그 시절 덕에 책 읽는 습관도 길렀고,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는 힘도 길렀다.
그리고 그에 더불어 글쓰기 실력도 그 시기에 더욱 상승하였다.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여하튼간에 4학년 이후 백일장이나 글쓰기 대회만 나가면 뭐가 되었던 상을 꼭 하나는 받아올 정도였으니까.
여전히 엄마도 그 때의 담임선생님을 기억하고 계신다.
그만큼이나 좋은 습관을 어린 시절에 들여놓은 덕에, 글쓰기를 꽤나 쉽게 줄줄 쓴다고 생각하는 나는 ㅡ
ADD를 앓고 있나ㅡ 싶을정도로, 주의력결핍증상이 있는데
무엇이든지 자꾸 하다 말고, 하다 마는 아주 못된 버릇이 있다.
무엇을 하든 쉽게 흥미를 가지지만,
그걸 끈질기게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모자란 능력치를 갖고있다는 말이다.
모자라기에, 능력치도 아닌게지.
그래서 온갖 것들을 취미삼아 공부삼아 전부 다 시도해보지만
그 끝을 보질 못한다.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싫고,
더이상은 그런 모자란 사람의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에게 보이지 않는 채찍질을 가해줄,
10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에 날 밀어넣은 것이다.
핸드폰 메모장을 열면,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들이나, 좋은 글귀들,
다양하게 떠오르는 상상들과 아이디어가 정말 수 백 개가 적혀있다.
전부 다 깔끔하고 간결하게 정리해서 글을 써야지 ㅡ 하고
열심히 "모으기만" 한 소재들이다.
그 메모장 안엔 내 속마음도, 아이디어도 들어있고,
가장 행복했던 날, 가장 슬펐던 날,
생애 태어나 최고 많이 웃었던 날, 그리고 세상을 등지고 싶을만큼 힘들었던 날들도
모두, 모두, 기록되어 있다.
어딜가나 늘 가방엔 노트와 펜이 있고,
대중교통을 타고 길게 이동을 한다거나,
멀리 여행을 떠난 비행기 위에서나,
일하다가도, 자다가도, 늘 옆에 떠오른 걸 잊지 않고 기록하기 위한 무언가가 곁에 있다.
그렇기에 , 어찌보면 정말 어린시절부터 가장 오랜 시간동안 내가 좋아해온,
좋아하고 있는 이 글쓰기를 이번에야말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질지라도,!
반드시 꼭 100일간의 글쓰기를 완주해내고 싶다.
사실 그냥 노트에 쓴 걸로는 이미 올 해 초
작은 일기장에 매일같이 빼곡히 글을 서너달 쓴 것이 남아있다.
내 스스로를 가장 탓하고 원망했고,
내 자신이 너무나도 용서할 수 없을만큼 싫었던 그 시기에,
자꾸만 하늘을 바라보며 나쁜 마음을 먹게 되기에, 살고자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던 일기였다.
매일 매일 후회의 기록을 남겼고,
매일 매일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기를 써내려갔다.
그 작은 노트안에 눈물도 한숨도 지난 추억도 슬픔과 아픔 후회 상처 모든것들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두 달, 세 달, 네 달이 넘어가자
어느순간 도망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가장 비겁한 생각이다 라는 마음이 들었고,
끝까지, 죽는 그 순간까지 이제라도 책임감있게
내 삶을 더 이상 낭비하며 허투루 살지 말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금껏 잘못한것들을 다시 번복하지 않기 위해,
완전히 달라지기로 굳게 마음 먹었고,
달라진 모습으로 내게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살며
누가 욕을 하던 말던, 원래의 밝던 내 모습을 잃지는 않되,
마음깊이 박은 뚝심으로 내가 잘못해온 것 만큼의 책임을 다해 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까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던 날에, 나는 그 일기장에 일기를 쓰기를 멈추었다.
그 때 매일 매일 깨알같은 글씨로 한바닥씩 써내려간 일기가,
얇은 유릿장 같던 내 몸과 마음에 한 겹 한 겹 더해져
깨져도 그 자리에 뭉쳐 있을수는 있는, 조금은 강해진 강화유리가 되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정말이지
더이상의 스펙타클한 인생은 없을거라고
(아마도 이 생각을 초등학교때부터 했던 것 같은데)
매 년 타의의 의해, 또 자의의 의해서 다이나믹한 삶을 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대하드라마 막장드라마도 이것보단 소재가 더 다양할 순 없을 것 같다.
내 스스로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여럿 있었고
타의의 의해 정말 어처구니 없이 무너졌던 적도 더러 있었다.
마치 스스로 내 인생을 망치려 작정한 사람마냥 .
하지만 하나하나 바꿔 나가고 싶다.
관심병인가 싶지만, 그래도 누군가 불특정다수에게라도
외쳐보는거다. 이번엔 해낼게요 . 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백일동안 적어내려가면,
조금은 더 삶을 놓고 싶지 않다 생각이 들 것 같아서,
조금은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해서,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데,
지나간 것들을 후회하며 그 시간속에 갇혀 못빠져나와
자꾸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지나간 과오를 받아들이고 새기며 살자고.
그렇게 하루하루 매일매일, 글로서 나를 다독여보기도 하자고.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써내려 갔다.
95일 남았다.
해내고 싶다. 해낼거다. 이걸 해낸다면,
앞으로도 무엇이든, 내 자신과 하는 약속을 다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왜인지 , 오늘의 글 마지막엔 마음이 먹먹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