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아니어도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2024년. 테니스 선수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대회를 보는 재미에 빠져있을 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죽기전에 그랜드슬램 4개 대회는 모두 보겠다는 꿈. 그렇게 앞뒤없이 무작정 2024년에 가장 궁금했던 파리 롤랑가로스 대회를 보러 파리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으로 전세계적인 대회를 보고 나니 화면으로 보던 것 보다 더 웅장함에 압도되어 나도 이 씬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필립샤트리에 메인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보는데 유독 심판이 눈에 띄었다. 의자에 앉아서 경기 진행과 관중들 정돈을 하는 모습이 가슴설레게 멋있게 느껴졌다. 선수를 할 수 없다면, 관중이 아닌 방법으로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방법은 대회 주최측 직원이 되거나 심판이 되는거지 않을까..! 그럼 난 심판을 한번 알아볼까?
이런 생각만으로 갑자기 인생에 새로운 스테이지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테니스 심판 되는 벙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테니스심판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면 대부분 이유를 묻는다. 일반적인 직업도 아니고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테니스를 치고 싶어하거나 선수를 좋아하게 되지, 심판에 관심을 두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 난 내가 그려본 미래의 내 모습을 읊는다.
테니스 심판이 되면, 경기 시작할 때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체어엄페어와 악수를 하며 경기를 종료해. 난 내가 심판이 되서 알카라즈 선수와 심판 대 선수로써악수를 하고 싶어…!
이게 내가 상상하는 나의 성공 모먼트다. 그렇게 이 한장면을 위해 하루하루 경험을 쌓고 공부를 해서 10년 후 나의 선수를 만나고 싶다.
처음엔 나도 내가 심판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대한테니스협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공지사항들을 쭉 살펴봤다. 그 중에 심판 강습회가 눈에 띄어서 봤는데 자격 조건이 최소 ‘동호회 활동’ 이어서 나도 지원이 가능했다. 강습회는 매년 3월 첫째주에 진행했고 2월 말에 모집요강이 떴다. 2024년 7월, 모집요강 시점을 달력에 적어두고 담담히 기다렸다.
그리고 2025년 2월, 모집시점에 수시로 들어가서 끝내 강습회 응시에 성공했고, 강습회를 들을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심판의 꿈이 시작된 것 같았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강습회 3일간 강의해주신 심판위원장님과 그새 내 롤모델이 되버린 브론즈뱃지의 국제심판관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강의 듣는 것도 신났고, 집에와서 복습하는 것도 재밌었던 그 시간을 보내고 60명 중에 58명이 합격한 테니스심판 4급 자격증도 얻었다. 합격률만보면 쉽게 되는
것 같지만, 강습회를 찾아보고 시험을 70점 이상 받기까지의 노력과 관심은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제 나의 다음은 3급심판이 되는 것. 3급이 되려면 2년의 시간동안 4급을 유지해야한다. 유지를 위해서 테니스심판을 할 수 있는 기회에 가능한 모두 참여햐보려한다. 하지만 아직은 대한테니스협회에서 신청하는 것 외엔 방법을 몰라서 하염없이 요청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게 한발짝씩 걸어가다보면 내 꿈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올해는 파리가 아닌 한국에서 롤랑가로스 준결승, 결승을 새로운 시각에서 즐겨본다. 여전히 난 알카라즈의 우승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