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삼겹살 집 / N
대여섯 개 테이블 정도 놓인 삼겹살집.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술 마시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직원들.
맨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주혁(남, 50대), 벌겋게 취한 얼굴.
주혁 이모, 여기 참이슬 하나요!
직원,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받고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하며
직원 아휴, 매일 오면서 오늘은 좀 갖다 먹자! 나 바쁘다!
주혁, '단골 푸대접 좋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 들어오는 상은(여, 50대). 자신의 가방 주혁 테이블에 툭 놓고는,
상은 뭐, 참이슬?
주혁 응, 빨간 거.
주혁, 다시 제자리에 털썩 앉고.
상은, 주혁의 잔에 한 잔 따라주고 자신의 잔 채운다.
상은 와이프 안 들어오냐?
주혁 ...첫째 대학교 마치고 들어온다네.
상은 (원샷) 크... 등신.
주혁 같이 살 부대끼고 살았어 봐, 오늘처럼 나 너랑 술 못 마신다.
상은 (잔 따르며) 걘 딱 봐도 진짜 아니었어.
주혁 (피식) 넌 잘 만나고 있냐?
상은 (들이켜고) 미쳤니? 1년이면 됐지. 말했지, 내 사. 전에 1년 이상은 없다고.
주혁 너도 참 한결같다.
상은 취향도 한결같아.
주혁 이번엔 몇 살.
상은 서른아홉?
주혁 에라이~
주혁, 짜증 난다는 듯 상추 들어 상은에게 던진다.
상은, 개의치 않고 주혁이 던진 상추 들어서 쌈 싸 먹고.
CUT TO
한산해진 식당 안.
주혁과 상은의 테이블 위에 소주, 맥주병 여럿 보이고.
그때 직원, 김치전 담긴 접시 들고 테이블로 온다.
직원 둘이 부부랬나?
주혁 (장난스레) 아, 진짜 나 여기 안 와, 이제.
상은 우리 둘이 서로 첫사랑! 지금은 술친구.
직원 (안주 내려두며) 정분나, 그러다가.
상은 나도 여기 안 온다?
직원 (웃으며) 적당히 마시고 가!
직원 빠지고.
상은, 신난 표정으로 김치전 호호불어 먹으면.
주혁 ...나랑 잘래?
상은 싸물어. 흐흐 뜨거워. 먹어, 맛있다.
주혁 외롭다. 너랑 결혼했어도 이렇게 외로웠을까?
상은 지랄마, 원래 인간은 외로워.
상은, 가방에서 담배 꺼내 일어나며
주혁 상은아.
상은 (짜증) 아, 왜! 청승 그만 떨고 나와, 담배나 피워.
주혁 ...현주 남자 생겼단다.
상은, 멈칫하다가 자리에 앉아 소주잔에 따라서 마시고는
상은 개 같은 년. (한심) 에라이 미친놈아. 너 내가 따라 가랬지?!!
주혁 ...나 오늘 생일이다.
상은 ...알아. 생일 축하한다, 병신아.
그때 요란스러운 천둥소리 들리고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주혁과 상은.
두 사람, 이내 소주잔 들고 부딪히는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