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8: 해외 유학파 한국 취업기 1편
안녕하세요. 멘토 P입니다.
요즘 들어 이런 청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 세대에도 해외 유학이 흔했지만, 요즘은 그 스케일이 다르더군요.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자라거나, 인터내셔널 스쿨을 다니고,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한국 대학에 외국인 전형으로 들어오고… 그야말로 '글로벌 경험치' 만렙입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해외 대학까지 나왔지만, 결국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현상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제로 자국에 머물렀던 경험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점차 블록화 되는 국제정세 속에서 '자국 중심'으로 흘러가는 트렌드도 한몫하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매력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밖에서 보던 한국은 K-콘텐츠의 힘을 빌어, 예전의 촌스럽던 이미지를 벗고 세계가 주목하는 역동적인 나라가 된 거죠. 외국에 나갔던 청년들도 이제는 '한국에서 일하고 살고 싶다'는 매력을 느끼는 겁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들과는 또 다른 결의 고민을 가진 이들을 위해, 저는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멘티들의 사례를 3편에 걸쳐 연재해 볼까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도네시아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콩에서 대학까지 마친 한 청년의 사례입니다.
그녀는 홍콩에서 PR을 전공했고 영어 의사소통 능력도 탁월했습니다. 한국의 럭셔리 소비재, 특히 주얼리, 시계, 뷰티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했죠. 한국 명품 시장은 인구 규모에 비해 매우 크고 트렌드에 민감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일종의 '테스트 마켓'처럼 진입하는 곳입니다. 이런 환경은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한국의 주얼리 및 시계 명품 브랜드에서 인턴 경험도 있었습니다. 나이도 아직 20대라 이 업계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으면 향후 다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습니다. 멘토링 중 우리는 그녀가 청소년기를 보낸 인도네시아가 향후 인구 3억의 TOP10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으니, 한국 럭셔리 시장을 제대로 배워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거나 아시아 럭셔리 시장의 빅마켓인 홍콩으로 갈 기회를 잡는 것도 좋겠다고 이야기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더 큰 고민은, 홍콩에서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때 싱가포르를 선택했더라면…" 하고 후회할 정도로, 홍콩 현지 취업 시장은 냉혹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가득해지면서, 영어를 기반으로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공부한 그녀에게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 같아졌다고 했습니다. 만다린이 기본이 되어버린 홍콩에서 영어 베이스의 인재는 설 자리가 좁아진 겁니다. 인생에서 내리는 한순간의 선택이, 예측하지 못했던 세상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이렇게 큰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그녀는 한국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제가 이 멘티에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바로 "한국 내 글로벌 기업의 '진출 형태'에 따라 당신의 커리어 패스와 글로벌 확장성이 천지차이로 갈린다"는 점이었습니다. 대개 취업할 때 기업의 브랜드 네임밸류만 보지만, 외국계 기업에 취직할 때는 그 회사가 한국 시장에 어떤 형태로 들어와 있는지까지 유념해서 봐야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죠.
쉽게 말해, 아무리 유명한 명품 브랜드라도 한국에 현지 법인(자회사)으로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지사(Branch) 형태로 운영되는지, 혹은 국내의 독립적인 에이전시나 벤더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지에 따라 당신의 경력 인정 범위와 해외 이동 기회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법인/지사 형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본사와의 연계성이 높아, 실적만 좋다면 본사나 다른 국가의 법인/지사로 'Relocation(재배치)' 기회가 매우 활발합니다. 경력 역시 글로벌 그룹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해외 근무나 이직 시에도 높은 신뢰도를 가집니다. 당신의 경력은 말 그대로 '글로벌 커리어'로 쌓이는 셈이죠.
에이전시/벤더 형태: 국내 독립 회사에서 위임받아 브랜드를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여기서 경력을 쌓으면 국내 유사 업종에서는 인정받기 좋지만, 정작 그 글로벌 본사로 직접 이직하거나 해외에서 경력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지 몰라도, 소속 회사 자체가 글로벌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죠.
이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법인이나 지사 형태로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기업 위주로 취업을 준비할 것을 멘토링하며, 그녀의 커리어 목표를 재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청년의 사례는 우리가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을 넘어, '어떤 문을 통과해야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히 회사 이름만 보고 뛰어들기 전에, 그 회사의 구조와 내막까지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취업이라는 여정은 정해진 답이 없는 미로와 같습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당신만의 지도가 되어줄 실마리는 항상 존재합니다. 제가 만났던 모든 청년들이 그렇게 한 걸음씩 성장하며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냈죠. 앞으로도 저는 그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진짜' 통찰과 예상치 못한 길들을 여러분과 나눌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캐나다와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해외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들의 또 다른 한국 취업 기를 이어갈 예정이니, 여러분의 커리어 지도를 한 뼘 더 넓혀줄 그 생생한 기록들을 기대해 주세요. 어쩌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