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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미지 Jul 11. 2021

콜 미 '로맨틱 가이', <한번 더 해피엔딩>

아쉽씨네(Cine)-아쉬운 영화 다시 보기 <6회>

6. 콜 미 '로맨틱 가이', <한번 더 해피엔딩(2014)>


원제: The Rewrite

국내 개봉: 2015. 04. 08

장르: 로맨스, 멜로, 코미디

국가: 미국

감독: 마크 로렌스
주연: 휴 그랜트, 마리사 토메이


https://youtu.be/1O0nMZSEHbE

메인 예고편


지난 <젠틀맨> 편에서 명배우 휴 그랜트 님을 본의 아니게 폄하(협잡꾼이 잘 어울린다느니...)한 기분이 들어, 명예회복 목적으로 이번 편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로맨틱 가이', 휴 그랜트의 매력이 가득한(그러나 잘 안 알려진) 로맨틱 코미디 한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잠시 배우 휴 그랜트에 대하여 얘기해볼까요.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해보니 배우 휴 그랜트 님이 올해 만 60세, 환갑이 되셨네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34세 이후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명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에 출연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화신'같은 존재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에 영국에서도 상위 7%만 할 수 있다는 Posh 억양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엘리트. 그러면서도 대책 없는 백수나(<어바웃 어 보이>), 찌질한 플레이보이(<브리짓 존스의 일기>)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막춤까지 근사하게 추는(<러브 액츄얼리>) 이 처진 눈의 매력남의 애정공세를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그 입지는 굳건해서 본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작한 2012년(<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에도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의 아성을 위협할 배우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로맨틱 가이'라는 말은 오직 휴 그랜트에게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노팅힐>의 주인공 역할을 휴 그랜트만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앞에 적은 것처럼, 2012년 이후 휴 그랜트는 기존의 연기를 떠나 악당, 협잡꾼, 푼수 정치인 등 보다 다양한 색깔의 역할들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와중에 단 한 편, 로맨틱 코미디를 찍은 게 있습니다. 그 영화가 오늘 소개해 드릴 <한번 더 해피엔딩(2014)>입니다. 


- 시놉시스

`잃어버린 낙원’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날리던 작가 `키스 마이클스’(휴 그랜트). 이후 15년 째 공들여 쓴 작품들은 모두 헐리우드에서 외면 받고, 이젠 영 한물 간 작가가 되어 버렸다. 잔고는 바닥을 치고, 전기까지 끊겨버린 최악의 상황. 그는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잔뜩 받은 채 어쩔 수 없이 결국 지방도시의 교수직을 수락한다.


암울한 그의 마음처럼 맑은 날씨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로 유명한 도시 빙엄턴의 대학에 도착한 `키스’는 예전의 끼(?)를 주체 못한 탓에 뜻밖의 사고를 치고, 일들은 자꾸 꼬여만 간다. 볼수록 그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싱글맘 `홀리’(마리사 토메이), 정말 아주 잠깐의 `썸’만 있었을 뿐인 밀당제로 솔직녀 `캐런’, 코찌질이의 대명사 `클렘’, 공상 속에 사는 스타워즈 매니아 `빌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학생들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키스’는 무사히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영화는 대단히 기발하거나 독특하거나 잘 짜인 영화는 아닙니다. 한물 간 영화 작가가 지역 대학교에서 시나리오 작법을 가르치게 되며 벌어지는 이 소소한 코미디 영화는 어떻게 보면 배우 휴 그랜트의 매력, 그 하나만 믿고 가는 듯한 게으른 플롯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들이 예측 가능한 수준이죠.  휴 그랜트도 기존의 멀끔하고 댄디한 모습이 아니고, 이제는 스파이더맨의 메이 숙모로 더 잘 알려진 배우 마리사 토메이도 <온리 유(1994)>가 무색할 만큼 털털한 모습으로 나와서 소위, '보는 재미'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문득 적고 보니, 두 배우 모두 1994년이 리즈시절이었네요)


딴 얘기지만, 마리사 토메이의 <온리 유(1994)>도 참 좋은 영화입니다


근데, 이 영화 의외로 괜찮습니다. 휴 그랜트의 인생작에 들어가기는 당연히 어려운 작품이지만, 그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데 있어서는 기본 이상 해낸 영화라고 할 수 있으며, 휴 그랜트와 마리사 토메이 간의 케미도 좋아서 흐뭇하게 보다 보면 금세 영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는 핑퐁처럼 리듬 있게 오가는 재치 있는 대사들과 이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는 기존에 휴 그랜트와 세 개의 히트작(<투 윅스 노티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들을 만들어 낸 오랜 파트너, 마크 로렌스 감독의 공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휴 그랜트를 굳이 꾸미지 않고 소박한 중년의 모습 그대로 그려내 그에게서 인간미를 이끌어내고 그의 철 지난 로맨스에도 왠지 모를 가슴 설렘을 느끼게 해 줍니다. 휴 그랜트 또한 그 의도대로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는 연기로 끊임없이 웃음을 주죠. 덕분에 대단한 기대만 하고 보지 않는다면, 이 영화로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성장 서사가 어울리는, 영원한 소년 같은 휴 그랜트


시절이 삭막하여 로맨틱 코미디를 극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이 되고 나니, 때로는 아무런 고민 없이 우리 '로맨틱 가이'의 영화들을 보던 때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기분이 드는 어느 밤, 가벼운 마음으로 한 편 보실 수 있도록 <한번 더 해피엔딩>을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에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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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볼만한 영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그대. 그건 단지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라서가 아니라, 그대가 영화의 홍수 속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대의 취향이었을지도 모르는 영화들은 막대한 P&A(Print & Advertisement, 배급 및 마케팅비의 준말)를 등에 지고 극장을 지배하는 대형 한국영화, 프랜차이즈 외화들에 달리, 빈약한 P&A 혹은 잘못된 마케팅, 그로 인한 낮은 인지도로 개봉 사실조차 묻힌 채 사라졌거나, 수많은 우려와 고민 끝에 제 때를 놓친 채 극장을 지나쳐 소리 소문 없이 VOD로 직행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VOD 출시 스케줄만 봐도 이런 외화들이 한 주에만 두 자릿수에 이르다 보니, 보물을 찾아 정글로 들어가는 모험가의 마음으로 영화 VOD 메뉴를 샅샅이 뒤지지 않는 이상 그대가 원하던 그 영화와는 영영 랑데부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상에 지쳐 식사 메뉴조차 오래 들여다보기 어려운 그대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색다른 영화를 찾기를 원하는 그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그대가 놓쳤을만한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목적입니다. 만에하나 이 중 하나라도 그대의 마음에 든 영화가 있다면, 검색과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타고 타고 그대 취향의 또 다른 영화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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