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기억에 남을지 궁리하며 식당을 찾아다녔다. 마을의 입구 목 좋은 곳에는 뜬금없는 한국음식점이 크게 들어서 있던데. (꽃보다 누나의 위력)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앉은 곳은 야외 테이블이지만 주변이 성벽과 건물에 둘러싸여 있어서 조용하고 그늘진 곳.
자리를 안내해 주는 고양이 서버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탈리아 음식으로 주문했는데, 옆 테이블에 서빙되는 음식에 호기심이 갔다. 멸치처럼 보이는 작은 생선들을 튀긴 것처럼 보였는데, 주문을 좀 더 늦게 했었더라면 저걸로 주문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옆에 두고 있는 곳이라면 그런 음식이 더 제대로였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음 식사에서 시킨 홍합 요리와... 깔라마리 튀김... 특별히 엄청 맛있었던 까진 아니었던 듯...
짧은 시간에 이 동네를 많이 돌아다녀 보고픈 마음에, 우리는 "신시가지"라는 곳으로 관심을 돌렸다. 두브로브닉이 물론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의 구시가지가 유명하지만, 휴양지로도 유명한 곳이라면 신시가지도 그에 걸맞은 멋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숙소에서 기력을 재충전한 우리는 호텔 앞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그리 먼 길은 아니었다. 햇빛이 구름에 가려 색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구시가지에 비해 생기가 없는 풍경들은 신시가지에 대한 기대를 걱정으로 돌려놓았다.
지도에서만 보기로 번화한 곳이라 생각되던, "쇼핑센터"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쇼핑센터는 금방 눈앞에 나타났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신시가지의 쇼핑센터"는 그냥 평범하고 소박한 동네 마트일 뿐이었다. 해변 쪽으로 가면 좀 더 근사한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좀만 더 가면, 좀만 더 가면" 하면서 발길을 옮겼지만, 더 이상의 미련은 기력과 시간만 뺏어갈 것 같아 포기해 버렸다.
(좀 괜찮은 곳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두려 했는데, 그다지 찍을만한 풍경이 없어서 사진이 하나도 없네...)
이틀 동안 두브로브닉을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몰려오는 피곤함이 드디어 여행의 의욕을 꺾어버렸다. 기껏 좋은 호텔 잡아놓고도 방에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침대에 몸을 던지고 나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게 늘어진 몸을 침대에 붙인 채로 날은 어두워졌고, 몸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LIVE"라는 딱지가 붙은 화면에 두브로브닉 구시가지의 중심가 풍경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어떤 종교의식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화면 아래에 설명이 나오는 걸 대충 보니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 종교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행사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브로브닉의 밤거리와 야경이 어떤지도 궁금하여 나가 볼까 했지만, TV 리모컨을 든 손 조차 올릴 힘도 안 생겨 그냥 TV 화면으로 두브로브닉의 밤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또 언젠가 다시 오면 그때 다시 두브로브닉의 밤을 느낄 수밖에.
두브로브닉을 떠나는 날 아침, 못내 아쉬워 다시 산책을 나갔다.
이번에는 구시가지 바깥쪽이지만 산책로 같이 길이 나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가볍게 걷기는 괜찮아 보이는 길이다. 커다란 나무와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한 화단들을 보니, 공원처럼 만들어 둔 곳인 것 같다.
좁은 길과 내리막 계단들을 걸어오자 나타난 풍경.
어라? 여긴 어디지? 아마도 구시가지 성벽은 아니지만 마을을 방어하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곳이었던 듯. 성벽 입장권에 작게 표시되어 있던 곳인데, 표를 검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성벽 입장권에 그려진 지도. 4번 구역인 것 같은데, 표를 검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뜻밖에 근사하면서도 조용한 풍경을 만나게 되어, 아쉬운 두브로브닉의 마지막 인상을 채워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