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밥으로우정을나눈다
엄마가 편찮으셨을 때를 돌아보면 나는 가까운 친구보다 엄마보다 조금 동생이신 성당 아주머니 몇 분과 각별하게 지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엄마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한 아주머니는 50대에도 가끔 요리를 배우러 다니시는 분이었는데 한 번은 “형님, 제가 이번에 동남아 요리 배워서 똠얌꿍이라는 걸 해봤는데 이게 시원한 맛이 참 좋아요. 좀 해드리면 드실 수 있을까요?”라고 하시더니 집에 냄비째로 보내주셨다.
이때 만들어주신 똠얌꿍이 정말 맛있어서 우리가 부탁드려 몇 번을 더 해주시기도 했는데 그래서 이 분은 한때 우리 사이에서 ‘똠얌꿍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언니 저 친정 다녀왔는데 올해 김치가 너무 잘돼서 이만큼은 언니 걸로 챙겨 왔어요.”라며 김장김치와 동치미를 주고 가신 적도 있었다.
엄마가 오랜 시간 다닌 운동센터에는 엄마와 운동 후 식사를 자주 하던 그룹이 있었다. 그 그룹에 속한 한 분이 어느 날 전화를 주셔서 엄마를 통 못 봐서 운동을 하러 가도, 운동 끝나고 밥을 먹어도 기운이 안 난다고 하시더니 3단 도시락에 다양한 반찬과 밥을 담아 보내주셨다. 식사 후 엄마가 잘 먹었다고 문자를 보내 달라고 하셔서 그 아주머니께 문자를 보내려고 메시지를 켰는데 ‘몇 번이고 다시 해서 보내줄 수 있으니 건강해져서 다시 같이 운동해요.’라는 아주머니의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여자들은 서로의 밥을 챙기며 우정을 나눈다.
끼니 한 번을 같이 먹지 못해도, 사주거나 사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만들어서 보낸다.
여성의 사랑, 연대, 우정은 밥을 통해 전해지고 나눠진다는 걸 엄마를 보며 느꼈다.
한 번 밥 살 때 웬만하면 좋은 것 사.
분식 같은 거 열 번 사는 것보다 중식당에서 런치 코스요리 한 번 사주는 게 더 기억에 남아.
한 번 해줄 때 마음을 다해!
엄마는 ‘해줄 걸, 그럴 걸, 사람이 껄껄 거리며 살지 말아야 돼.’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나도 그 말을 실천하며 지낸다. 엄마에게 배운 게 참 많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