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엄마벤치
언젠가 서울숲에 갔다가 우연히 벤치에 다양한 명패가 붙어있는 걸 보았다.
‘큰 나무였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부모님을 기억하며’ ‘사랑합니다.’
같은 메세지가 적힌 명패가 붙은 벤치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 일정 구간의 공원 벤치를 입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니, 남동생과 의논해 벤치 하나를 입양했다. 벤치에 담길 메세지를 고민하다가 나와 남동생은
엄마가 자주 했던 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껄껄 거리며 살지 말자.’ 던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중간에 ‘후회하며 살지 말고’를 넣을까 하다 남동생이 그러면 완전 꼰대의 말이 될 것 같으니
문법상 좀 부족해도 그대로 쓰자고 했다. 그리고 이달 초 ‘잘할 걸, 해줄 걸 하지 말고 지금 하세요.’라는
명패가 벤치에 붙었다.
얼마 전 운동하며 일부러 서울숲까지 달려 벤치에 앉아 있다 돌아왔다.
어떤 행위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를 위한 일이 된다.
엄마 친구분 몇 분에게 연락드리며 이 벤치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공원 가면 꼭 찾아볼게, 앉아볼게.’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엄마 벤치에 다녀오신 분이 인증샷을 보내주셔서 참 반갑기도 했다.
기억하고 기억되는 삶. 엄마로부터 배우고 나누어지는 것들이 크다. 코로나 때문에 나도 정신적 피로와 처음 겪는 일들이 많은데 엄마의 벤치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엄마 이름도, 저 메세지도 읽으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지금은 서울시에서 관리하기에, 더 이상 이렇게 벤치 입양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서울숲에 간다면, 곳곳에 놓인 벤치 속 다양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시기를.
공원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뛰놀고, 걷고, 산책하고, 생각하고, 연애하고, 운동하는지.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10회 브런치 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