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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06. 2022

2020.07.12

#엄마의그릇

최근 찬장과 그릇장을 정리하다가 내가 어릴 때 엄마가 한창 교외로 도자기를 배우러 다니던 시절에 만든 

그릇을 몇 점 발견했다. 만든 날짜와 엄마 이름의 한 글자, 구슬 옥(玉)이 적혀 있는 그릇.      


오늘 만든 파스타는 성인 넷과 아이 한 명이 먹을 음식이라 양이 많아 양푼처럼 큰 그릇을 찾다가 엄마가 만든 그릇에 담게 되었다. 그리고 식사 내내 엄마가 새긴 ‘1991.5. 玉’이라는 글자를 보며 음식을 먹었다. 

엄마의 도자기가 딸에게 유품이 될 거라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엄마는 누군가의 그릇이 되어주는 역할을 맡는 것도 같다. 

그 어떤 좋은 브랜드 그릇보다 의미 깊은 그릇.      


엄마가 물레를 돌리고 글씨를 적고 가마에서 구워지길 기다린 시간. 

나는 알지 못하는 그 시간동안 엄마가 분명 즐거웠으리라 믿으며 1991년의 엄마에게 인사를 건넨 저녁이었다.

시원시원한 엄마 글씨. 필체 또한 오직 '그' 사람 만의 것이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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