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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y 26. 2024

어둠의 숲에 나는 서 있다

소설 《삼체》리뷰 아님

우주는 한없이 광대하고 미지의 암흑 물질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 어둠의 숲에서 우리는 외롭게 불을 밝히고 서 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고독한 존재로 남아 있으며, 우주 속으로 외롭게 빛을 투사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신호의 의미를 고민한다. 외딴곳에 존재할지도 모를 친구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니면 조용히 불을 꺼두고 숨어 지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까?


소설 《삼체》는 지구와 지구에서 조금(?) 떨어진 고도로 발달한 문명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글은 물론 소설 《삼체》의 리뷰나 서평은 아니다. 단지 저물어가는 일요일 저녁, 창 바깥 투명한 빗줄기들의 오갈 데 없는 방황을 쳐다보며 '어둠의 숲'이라는 사유에 잠겼을 뿐이다. 그래서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간략하게나마 글을 남기려는 의도가 전부일뿐.


길이가 500억 광년이 넘는 우주에 문명이 오직 지구에만 존재할 리가 없다.《삼체》처럼 4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 시스템에 누군가 몰래 숨어 살지도 모를 일이다. 4광년이라면 광속의 10%로 운행하면 약 43년 정도가 소요되고 소설처럼 광속의 1% 정도라면 약 400년이 걸리는 거리다. 누군가 지구로 쳐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이 광속을 돌파한 성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내가 죽기 전에는 지구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어둠의 숲으로 돌아와, 어둠의 숲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에서 외계의 문명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우주의 크기가 광대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데 근거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양은 불변하다. 한정된 에너지는 특정 문명에게만 종속될 확률이 높다. 문명은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며, 그래서 문명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면 끝장이다. 11차원의 초끈이론 우주를 초월한 고도의 문명에게 3차원의 우주를 2차원으로 접어버리는 일 따위야 우주를 반으로 접어버리는 일 보다 쉬울 테지.


따라서 이 어두운 숲에서 각 문명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서로의 위치나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숨을 죽인 채 다른 문명의 흔적을 먼저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먼저 발견하는 쪽이 승자가 되는 게임을 펼친다. 그 문명이 적대적이거나 호전적이라고 해서 다른 문명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미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문명이라면 미리 그 위협을 제거해 버리는 게 맞을 테니까.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숲 속에 앉아 있다가, 내가 여기에 있어요!라고 소리라도 치면 먼저 제거를 당할 수도 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문명은 외로운 길을 스스로 택한다. 조용히 자신만의 숲에서 숨어서 오래도록 생존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테니까. 그것은 "우주에는 수많은 별과 행성이 존재하는데 왜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가"라는 페르미의 역설을 증명한다. 


류츠신의 《삼체》는 성간 우주를 상대로 이야기를 펼쳐가지만, 문명 간의 전쟁은 우주적인 스케일에서만 해당이 될까? 이 지구라는 작은 공간을 관찰해 보자. 국가 간에도 기업 간에도 작은 모임에서까지도 비슷한 상황은 과거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가끔은 이런 한정된 에너지를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의미 없는 전쟁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싸우기 싫어도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반격을 할 수밖에 없다. 


비는 그치고 이제 세상은 어둠의 숲으로 변신 중이다. 나는 숨을 죽이고 지금 내가 여기에 있어요!라고 글을 쓰고 있지만, 나에게서 시작된 빛의 시작점은 아무도 찾을 수 없겠지만, 이 외침이 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필 콜린스가 이젠 너무나 늙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MA43GhM_QI&ab_channel=PhilCollins


(...)

Is there something I don't know

내가 모르는 것이 있나요


Or something very wrong, with you and me

혹은 우리 둘 사이에 매우 잘못된 것이 있나요


or maybe

혹은 아마도


That's the way it is, there's nothing I can do,

그것이 현실이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That's just the way it is.

그게 그냥 그런 거예요.


They've been waiting for word to come down

그들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They've been waiting for you night and day

그들은 밤낮으로 당신을 기다렸어요

(...)


* 참고로 가사 번역은 chatGPT-4o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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