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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본질은 코드가 아니라 '생각'입니다

코딩, 이제는 '대화'의 시대입니다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데, 코딩은 하나도 몰라요."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30년 넘게 파고든 개발자들도 여전히 코딩이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데, 코딩의 'ㅋ'자도 모르는 여러분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바로 인공지능(AI) 덕분입니다. 인간의 사고 수준까지 껑충 뛰어오른 AI가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구현해 주는 시대가 열렸거든요.


이것이 바로 제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 부르는 새로운 작법의 핵심입니다. 바이브 코딩의 세계에서는 복잡한 코드가 아니라, 오직 '대화', 즉 프롬프트를 통해 내가 상상하는 서비스를 현실로 빚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는 파티를 기획하는 주최자와 같습니다. 어떤 음악을 틀고, 누구를 초대하며, 어떤 분위기로 꾸밀지 즐거운 상상만 하면 되죠. 설치, 음식 준비, 청소 같은 온갖 궂은일은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집사, 바로 AI가 도맡아 처리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AI는 족집게 도사가 아닙니다


"와, 그럼 이제 생각 없이
'이메일 작성기 만들어줘!'라고 외치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잠깐, 너무 앞서가진 마시죠.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우리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족집게 도사는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흐름으로 만들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AI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죠. "주인님, 대체 '이메일 작성기'로 무엇을 하길 원하시나요?" 하고 되물을 겁니다. (어쩌면 뭔가를 제마음대로 열심히 만들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이메일 문구를 대신 써주는 서비스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GMail처럼 거대한 이메일 플랫폼을 꿈꾸시는 건가요? 이런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는 '결정 장애'는 곤란합니다. 인생이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의 연속이라는데, 하물며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야 오죽하겠어요? 얼마나 많은 선택이 존재하겠습니까?


여기서 우리 인간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AI에게 일을 시키기 전,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바로 이 '생각'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요.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가장 단순한 방법: 입력, 연산, 출력


"생각이라니, 너무 막막한데요."


걱정 마세요. 아주 간단한 생각의 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이 세 가지 모듈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입력 (Input): 무엇을 받을 것인가? (재료)

연산 (Process): 받아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요리법)

출력 (Output): 그래서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완성된 요리)


만약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이 세 가지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면, 바이브 코딩은 잠시 접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AI라는 최첨단 전기밥솥이 있어도, 쌀과 물을 얼마나 넣을지 정하지 않으면 진밥이나 설익은 밥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자, AI가 여러분의 마음을 읽어줄 거라는 달콤한 환상은 잠시 내려놓고, 볼펜을 들어 종이에 이 세 가지를 채워봅시다. 이건 거창하게 말하면 '설계'지만, 쉽게 보면 그냥 '아이디어 구상'입니다. 용어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알맹이가 중요하죠.


다시 '비즈니스 이메일 작성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입력: 이메일의 목적(회의 제안, 보고), 핵심 내용, 수신자, 격식의 정도, 첨부 파일 유무 등

연산: 목적에 맞는 템플릿 선택, 정중하고 프로페셔널한 톤으로 문장 생성, 핵심 내용을 명료하게 요약,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 추천

출력: 제목과 본문이 완벽하게 구성된 비즈니스 이메일 초안


어떤가요? 머릿속에 안개처럼 떠다니던 생각이 제법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나요? 축하합니다! 이 단계까지 오셨다면, 여러분은 바이브 코딩에 상당한 재능이 있는 겁니다.


생각의 눈덩이를 굴려라


"좋아요, 이제 머릿속이 정리됐으니 바로 코딩을 시작하면 되나요?"

노노! 아니요, 아직입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조금, 아니 '더더더' 필요합니다. 작은 눈 뭉치를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듯, 우리의 생각도 더 깊고 단단하게 굴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코딩은 몇 분, 몇 초 만에 AI가 해줄 수 있는 디저트와도 같지만, 생각의 메인 요리는 오직 우리가 공들여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제 본격적인 '설계' 작업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PRD, TRD, 와이어프레임, 사용자 흐름...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문서들을 만드는 일이죠. 앞에서 했던 '입력-연산-출력' 작업보다 몇 배, 아니 몇백 배는 더 수고로운 작업이 될 겁니다.


"잠깐만요, 코딩 안 하려고 바이브 코딩하는 거 아니었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이 지루하고 고된 작업조차 우리는 AI와 '함께' 할 겁니다. 프로그래밍의 핵심은 '추상화'라고 하죠.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문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단 하나,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의 모습을 AI에게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의 비전을 AI에게 전달하는 거죠. 만약 AI조차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 서비스를 과연 어떤 사람이 이해하고 사용해 줄까요?


자, 이제 진짜 '코딩'을 시작해 봅시다


AI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합니다.


"헤이 클로드!, 지금까지 우리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이메일 작성기 서비스의 PRD랑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줘."


이렇게 요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제미나이, 클로드, 챗GPT 어떤 AI든 상관없습니다. 거의 모든 AI가 꽤 훌륭한 품질의 설계 문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줄 겁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문서 작업은 클로드(Claude)가 참 잘하더군요.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냥 제 경험이 그렇다는 겁니다.)


만약 AI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이 있다면, 제가 드리는 노션 템플릿에 따라 빈칸을 채워보세요. 여러분의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작성을 마친 결과물을 AI에게 보여주며 대화를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죠.


자, 이제 모든 설계가 끝났습니다. 탄탄한 설계도와 명세서가 우리 손에 들려있습니다.


화면 가득 AI 채팅창을 띄우고 힘차게 외칠 시간입니다.


"이 설계도대로, 코딩을 바로 시작해 줘!"


진정한 의미의 '바이브 코딩'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설계 문서 작성 도우미(노션 양식)

https://bit.ly/47otLnG


설계 문서 작성 프롬프트

https://bit.ly/4n57pMj


개발자이자 작가로 활약 중인 저자의 경험과 바이브 코딩이 궁금하다면,

아래 책에서 나머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2449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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