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에서 만난 시인 곽경자 할머니
사박오일의 우리 집 세 살배기
꼬마손님
자연을 닮은 아이
자연과 한 몸이 된 아이
흙만 보면 하루 종일 놀 기세다
조가비 같은 손은 흙으로도
저만의 세상을 만든다
내가 따주는 산딸기를
엄마 아빠도 한 알 주지 않고
먹어 치운 아이
왕 보리수 한 알 먹고는
고개를 흔들며
떫은맛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아이
혀 짧은 소리로
하부지 하무이 부르는 소리는
언젠가 들어본 우리의 호칭이다
화단가에 쭈그리고 앉은 채
한동안 조용하던 채아 손에
아뿔사 이를 어쩌나
종이꽃 한 움큼이 하얗게 웃고 있다
종이꽃을 나에게 쓱 내미는
채아의 새까만 눈 속에 환한 세상이 있다
저 맑은 눈을 보면
바스락 거리는 종이꽃도 아파하지 않았으리라
맑은 눈 속에는 종이꽃이 가득 했으니
꽃보다 더 고운 웃음이 있었으니
이름도 자연 닮은 류채아
꽃처럼 예쁘게 자라렴
자연처럼 품 넓게 그렇게 자라렴
- 곽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