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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숲 Sep 08. 2024

러브레터3: 우리는 마리오

루이지도 가능

 결국 내 삶을 끌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심오한 질문으로 돌아왔어. 나는 왜 부지런히 내일을 향해, 모레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가. 그 끝에는 무엇이 있길래. 또 머리가 복잡해졌지 뭐야. 우리는 각자의 영화를 어떻게든 완성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주연이자, 조연이자, 감독인 건가. 그렇다면 참 어마어마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굉장히 애쓰고 있잖아. ‘나는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그 누군가조차도 사실 노력하고 있는 거야.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숨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는 거니까.      


 요즘은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나의 노력은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해. 하지만 그 대단한 사람들보다 우리가 덜 노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다들 본인에게 알맞은 크기의 세상을 가꾸고 있는 거잖아. 어떤 사람은 커다란 밭을 갈고, 어떤 사람은 마당의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은 취향과 성향의 차이일 뿐이야. 나는 어떤 쪽에 속하냐고? 집 한구석에 놓인 화분 정도가 나의 세상이라고 생각해. 요새는 그거 하나 제대로 가꾸는 것도 벅찬 느낌이야. 그래도 그 화분도 푸릇하니 봐줄 만해. 내게는 가장 의미 있는 화분인걸.     


 있지, 나 최근에 꽤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 바로 일은 원래 힘들다는 거야. 이 사실을 머리로 완전히 이해하고선 사는데 좀 덜 피곤해졌어. 일과 삶은 그냥 힘든 것이라는 걸 받아들인 거지. 대단한 사람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도 다 힘들어. 일은 놀이가 아니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없고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시간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맡긴 채 내 의도가 아닌 회사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일은 놀고 싶고 퍼질러 자고 싶은 우리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잖아. 우리는 하루의 반을 일하는 데 쓰니까 삶의 반은 힘들 수밖에 없는 거야. 물론 놀고 싶어 하는 본성과 함께 나를 성장시키고 싶은 욕구도 함께 공존하는 것 같아.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절대 잊히지 않잖아.


 보람, 성취감, 안정감과 같은 매혹적인 것들을 느끼려면 힘듦, 고통, 인내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의 삶은 슈퍼 마리오 게임이랑 비슷한거야. 물론 마리오는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모험을 떠나지만, 현실의 마리오들은 피치 공주보다 당장 나 자신을 구하기도 벅차긴 해. 심술 궂은 표고버섯을 만나기도 하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도 있어. 그래도 중간중간 별도 먹고 동전도 얻고 무적의 슈퍼 마리오가 될 때도 있어.      


 우리는 힘들기 위해 사는 게 아니야. 행복을 만나기 위해 사는 거지. 그 행복이 결국은 스쳐 지나간대도 말이야. 내겐 일도 힘들고 인생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내 삶에서 많은 별을 만나고 싶어. 피치 공주처럼 어여쁜 나의 사람들을 보며 살고 싶고. 너의 힘이 되는 별들은 뭐야? 그 별들을 헤아리며,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  

23. 8. 26. 평창, 메밀 국수 집 가는 길

(이런 예쁜 길이라면 마리오 처럼 뿅뿅 달려 다닐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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