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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숲 Aug 19. 2024

러브레터2: 나를 위한 선물

내돈내산 ^^

 오늘은 1시간이나 일찍 퇴근했어. 조퇴 신청을 하기까지 하루를 고민했던 것 같아. 딱히 아프지도 않고 은행을 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거든. 그저 단지 쉼이 필요했어. 일주일 내내 이런저런 일들로 피곤하고 정신없었어. 그 1시간이 뭐라고 자신에게 선뜻 주기가 어렵더라. 퇴근하고 1시간 동안 뭐 했냐면, 30분은 집을 향해 열심히 걸었고 나머지 30분은 긴 바지 세 벌을 수선집에 맡기러 갔어. 조금 어이없지? 딱히 쉰 것도 아니고 주구장창 걷기만 했잖아. 그런데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뭔가 뿌듯한 거 있지. 내가 나에게 좀 다정했던 하루 같은 거야.     


 고생한 날이면 도넛이나 케이크같이 달달한 음식만 먹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달래준 것 같아서 새로웠어. 고작 1시간 일찍 퇴근한 것 가지고 웃기지? 난 은근히 모범생인 타입이라 의무 시간을 성실히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 내 안에서는 일탈에 대한 결재 라인이 아주 깐깐해. 머릿속에 3명의 부장님이 들어앉아 있지. 실제 상사 눈치는 거의 안 보는데, 이 부장님들 눈치는 엄청나게 봐. 어떤 분들인지 소개해줄까?      


 먼저, “그냥 참고 일해! 농땡이는 안돼지.” 단호함으로 무장한 부장님, “너가 조퇴해서 얻을 수 있는게 뭔데?” 질문 지옥으로 끌고 가는 물음표 살인마 부장님, “그래 조퇴해, 아니야 그냥 하지마” 손바닥 뒤집듯이 의견을 바꾸는 결정장애 부장님. 이 셋에게 어떻게든 결재를 받아야 무사히 일탈할 수 있어. 진짜 복잡한 사람이지? 그래서 난 단순한 사람이 참 부럽다. 어쨌든 내가 오늘 느낀 것은! 나에게 상을 많이 주자. 잘했다. 예쁘다. 고생했다. 이런 말도 좋고 물질적인 것도 좋으니 나를 진심으로 안아주자. 이런 거야. 너는 너에게 받은 선물 중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아? 좋으면 따라 해보게. 네가 어디서 이 글을 읽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무사히 퇴근해서 맛있는 밥으로 먹어! 아주 특식으로.


23. 2. 23 강원도 속초 등대 해수욕장의 어느 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대체로 유치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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