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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4: 용서는 어떻게 하는거지?

부들부들

by 구름숲 Mar 16. 2025

 안녕. 잘 지냈어? 최근에 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어. 그래서 다시 글을 쓸 여유가 생겼지. 아마 앞으로의 2년은 내게 다시는 오지 않을 호시절일 거야. 그런데 말이지, 그 호시절을 다소 억울한 일로 시작할 줄은 몰랐어. 난 '힘듦'은 괜찮은데, '억울함'은 진짜 싫거든. 힘든 건 눈 한 번 질끈 감고 해내면 되는데, 억울한 일은 눈을 감았다가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다시 눈이 번쩍 뜨이고 쌍심지를 켜게 되는 것 같아.


 대략 어떠한 상황이었냐면,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있는 양보, 없는 양보 다 하며 화기애애하게 잘 지내다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개인의 이익이 걸린 일에서 눈치 싸움이 시작된 거지. 개인의 운명을 가위바위보에 맡기기로 했는데, 거기서부터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어. 갑자기 나한테 늦게 냈다고 말하는 누군가와 가위바위보를 모조리 졌는데도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 누군가, 무책임한 배려를 했다가 배려를 철회하게 되어 상황을 꼬여버리게 만든 누군가. 그래서 결국 판을 다시 짜야 했고 그냥 제비뽑기를 하게 되었어. 물론 제비뽑기를 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지. 우여곡절이라기보다 경상도 말로 "짜친다"라고 하지. 짜치는 상황이 많았어. 그래서 결국 제일 안 좋은 상황에 누가 걸렸냐? 바로 나야..


 나는 원래 운이 정말 없거든. 근데 가위바위보를 할 때 이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면 이기는 경우가 많았어. 이번에도 그랬지. 가위바위보를 노력해서 정말 계속 이겼거든? 그래서 좋은 결과도 쟁취했지. 근데 다시 한번 제비뽑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그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된 거지. 힘껏 던져도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불행이랄까. 내가 안 좋은 자리를 맡게 되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도 각자의 1순위 희망사항을 가져갔어. 상황을 돌이켜 보니까 결국에는 내가 너무 단호하지 못했고 그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면서 무르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쨌든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2년간 잘 지내야만 하는 그들을, 물렀던 나를 용서해야 해. 순전히 나를 위해서 말이야.


'사소한 일, 지나간 일에 집착하며 미래를 망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작은 불행으로 더 큰 불행을 막았다'  

'멀리 던져도 돌아오는 부메랑 같은 것들은 그냥 내 운명이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결국 다정한 사람들을 잃는다. 그래. 그들 손해다'


내가 내린 답이야. 물론 그들의 입장도 있겠지? 나의 정의는 온전히 내 편일 뿐이니까. 너는 어떻게 용서를 하는 편이야? 우린 알잖아. 남을 미워하는 것은 결국 내 손해라는 것을. 이런저런 쓸 때 없는 일은 다 잊고, 우리는, 우리라면 다시 내 행복에 집중하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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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월 양양에서

(이 강아지의 이름은 해피 :)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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