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멀미로 개고생…
이번 글에 대한 태국 끄라비 여행 계획과 일정은 이전글 참고
피피섬은 푸켓과 끄라비 사이 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푸켓이나 끄라비 아오낭에서 갈 수 있다. 거리상 끄라비가 더 가깝고 끄라비에서 푸켓으로 넘어갈 때 잠시 들려 중간지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행사 예약시 피피섬 투어로 예약하면서 피피섬에서 다시 배를 타고 푸켓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피피섬은 사람도 많고 물가도 비싸다. 홍섬투어를 진행했다면 투어 내용이 비슷하여 굳이 피피섬 투어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개인적으로 홍섬 투어를 추천한다.)
▣ 멀미를 걱정하다
끄라비에 온지 6일째가 되니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식상해졌다. 설레임을 주었던 풍경들이 감흥이 없다. 며칠동안 잠을 설쳐서 그런지 체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지금까지 끄라비 인근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어들을 했지만 새로운 무엇인가 하자니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니, 피피섬 투어 사진이 별도 없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반증한다. 전체 일정을 조금 늘리고 조금 타이트하게 조율하여 푸켓 일정을 넣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되었다.
'그래 피피섬 투어를 마지막 일정으로 하자'
일요일 저녁 식사 후, 피피섬 투어를 예약하고 근처 약국으로 향했다. 지난번 홍섬투어를 할 때, 배멀미로 힘들었기 때문에 더 오랜시간 배를 타야하는 피피섬 투어에 미리 멀미약을 챙겨두려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약국을 둘러보아도 붙이는 멀미약이 없었다. 먹는 멀미약은 졸음이 올까봐 조금 꺼렸는데, 약사는 졸립지 않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멀미약을 먹고 너무 힘들었다. 멀미는 덜나지만 두통과 속이 울렁거리고 하루종일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 태국의 약이 나에게 맞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약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이다.
▣ 피피섬 출발
아침에 로비에서 가이드를 기다린다. 투어 방식은 똑같이 한명씩 픽업하여 차에 태우는 방식이다. 가이드를 따라 픽업 트럭에 올랐다. 이미 5~6명의 사람들이 승차해 있었다. 차는 근처를 돌고 돌아 몇 명을 더 태우고 홍섬투어를 할 때, 배를 탔던, 'Noppharat Thara Beach'로 향했다.
섬투어가 두번째라 제법 능숙하게 배에 올라선다. 빠르게 배안을 살펴보고 적당히 그늘이 있고 밖을 잘 볼 수 있는 곳에 앉아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거친 파도로 인해 지난번 보다 더 많이 배가 흔들렸다. 그래도 배멀미 걱정이 없었다. 20분 동안은…
▣ 뱀부섬(Bamboo Beach)
첫번째 섬인 피피섬 근처 뱀부섬으로 향했다. 뱀부섬에 도착하여 해변을 둘러보는데, 만약 끄라비 여행을 와서 처음 여기를 왔다면, 참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느낌의 해변을 너무 많이 보아서 그런지 큰 감흥이 없었고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들도 별로 없어 태양의 따가움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물놀이는 둘째치고 어디 그늘에 앉을 생각만으로 어슬렁 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강렬한 태양의 따가움을 피해 해변 끝 그늘이 있는 작은 매점으로 향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태양도 태양이지만 뭔가 몸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침에 먹은 멀미약이 원인인듯하다. 어지러움과 두통이 밀려온다. 이때, 나는 오늘 여행을 망쳤다는 것을 느낀다.
음료수라도 사 먹을까 생각했지만 가격이... 음.. 그냥 참는다.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새가 한마리 내 탁자에 앉는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음식을 먹고 흘리는 것을 보고 뭐 주어먹을 것이 없나하고 나에게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난 지금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다.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 스노클링하러 코피피레로…
지친 얼굴로 다시 배에 올라섰다. 스노클링을 위해 마야베이로 향하였는데, 너무나 많은 배와 사람들이 몰려있어 가이드가 우리와 합의하여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근처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이미 난 상관없었다. 어자피 거기서 다 거기이라..
머리가 몽롱하여 어디로 간다고 했지만 장소 이름이 생각나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 이때부터 피피섬 이외에 이동하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없고 대략적인 장소만 생각난다.
스노클링 장소에 도착하자 고민이 생긴다. '물에 들어갈까?..', '그래.. 오늘 여기 와보지.. 언제 또 여기 오랴.. 일단, 고~~~'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서 일단 들어간다. 약간 위험하지만 방수팩에 스마트폰을 넣고 물속을 촬영한다. 여기서 폰 떨어뜨리면 못찾기에 진짜 조심스럽게 다룬다. 멋진 물속 풍경을 보니, 정신이 든다.
지난번 홍섬투어에서는 스너클링을 할 때, 물고기를 보기 어려웠는데, 오늘 제대로 스노클링을 즐긴다. 해안가 가까이 원숭이 한마리가 보인다.
▣ 피피섬
배위로 올라왔다. 정신이 없다. 어지러워 아에 눈을 감는다. 마음속으로는 얼른 육지에 내리기를 기도한다.
‘차라리 멀미약을 먹지 말걸…‘
곧 피피섬의 똔사이 해변에 도착했다. 해안가 모래사장에 배를 정박하고 한명씩 내린다. 가이드가 인원을 확인하고 식당으로 이끈다. 한 10분쯤 걸어가자 커다란 식당이 나온다. 음식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다.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없다. 대충 배를 채우고 주어진 2시간 정도의 자유시간 동안 섬을 둘러본다.
확실히 관광지이다. 화장실 이용료가 짜증날 정도이고 수많은 배들이 해안가에 가득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섬에 머무는 사람, 잠시 투어를 하는 사람, 푸켓이나 끄라비로 넘어가는 사람.. 참 혼잡하다. 이런 인위적인 관광지 느낌이 별로이다.
섬을 둘러보면서 피피섬만의 독특한 특징을 찾을 수 없었다. 컨디션이 안좋은 것인지 아니면 피피섬이 별로인지 얼른 여기 섬을 벗어나 그냥 숙소에서 쉬고 싶었다.
한 40분정도 해안가 길을 따라 걷다가 잠시 쉬기 위해 땅바닥에 털썩 주져 앉는다. 번잡한 곳을 벗어나니 조금은 자연스러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셀카를 찍으려하니, 지저분한 에코백을 들고 태양에 그을린 피부의 내 모습이 거지꼴이다. 몰골이 민망하다. 아이스크림과 음료수가 내게 조금은 기운을 돋아준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배에 오르고 잠시후 앉아서 잠이 들었다. 몇번 배가 파도로 인해 잠시 공중에 떳다가 쿵~하고 내려앉는 충격에 잠시 눈을 뜨기는 했지만 곧 다시 잠들었다. 눈을 뜨고 나니 거의 도착했다.
이날 숙소에 도착하여 씻지도 못하고 그냥 잠들었고 늦은 저녁이 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 내일은 어디로 갈까
피피섬 투어까지 마치고 나니, 남은 2일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호텔에서 그냥 쉴수도 있지만 주말에 호캉스를 충분히 누렸기에 그냥 시간을 보내기 싫었다. 새로운 투어를 하자니, 마땅한 투어도 없었다. 아오낭 해변을 구경하자니 그동안 야시장을 다니면서 충분히 보았기 때문에 흥미도 없었다.
'바다에서 멍때릴까..?' '덥다'
'그래..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끄라비타운으로 가보자.' '거기 카페에서 책이나 보고 시간이나 때우자.'
슬금 슬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여를 즐기는 나도 여기 혼자오니 '외롭다'(다들 커플 아니면 가족단위 관광객이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해변을 한바퀴 둘러보고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