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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Aug 09. 2024

외줄에 대한 믿음

나트랑에서 외줄타기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오전 사원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호텔 로비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구름 한 점없이 내리 쬐는 따가운 햇빛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문득, 옆의 건물을 보니, 두사람이 각자의 줄에 매달려 건물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다리가 서늘해진다. 위험하게 느껴지는 상황을 보면 다른 사람들처럼 공포감을 느껴지는데, 나는 유난히 다리쪽에서 서늘한 반응이 온다.


‘참 대단하다. 저 사람들은 두려움도 없나?‘


두사람이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오랫동안 해왔던 노하우와 관록이 느껴진다. 아마 저 일꾼들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줄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작업을 하기전에 줄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안전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외줄에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멘탈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는 살면서 한때는 저런 외줄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 어릴때는 부모가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외줄이 되는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인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안심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는 그 외줄이 스스로 본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결혼하여 자녀를 두게되면 그 외줄은 더욱 튼튼한 외줄이 필요하다. 자신의 운명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자신이 만든 외줄에 영향을 받으니,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외줄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서.. 힘겹고 외롭다. 


나이가 들어, 자녀가 자신만의 외줄을 만들고 떨어져 나가면서 나의 외줄은 견디어야 하는 무게가 조금씩 줄어들게 되고 무게로 인해 끊어질까봐 걱정했던 마음도 조금씩 편안해진다.


이제 외줄은 세월의 풍파로 그 튼튼했던 외줄은 상처가 나고, 찢어지고, 점점 낡아지면서 힘겹게 자신을 매달고 있게 되면서 그제서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풍경을 보게 된다. 그동안 보지 못한 풍경에 만족감과 아름답게 느끼면서 그동안 나를 매달고 있던 외줄에 고마움을 전한다.


곧 끊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외줄이지만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다. 아마 그동안 외줄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외줄이 끊어져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그 공간을 누구가가 채울 것이고 나와 같은 외로움, 두려움, 그리고 아름다움과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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