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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anist Nov 06. 2016

캐나다스타그램 #4

옐로우나이프


아침 7시, 밤새 영하까지 내려갔던 기온탓인지 창문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


‘차 안에서 잘 때는 산소부족으로 질식하지 않도록 항상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자야한다.’


라는 카박기초상식을 실천했더니 코끝에 솜털에는 들숨일때는 캐나다산 차가운공기가 날숨일때는 폐안의 뜨거운 공기가 바삐 오갔다.


“여봉? 어제 그 호텔로 가볼까?” “웅! 빨리가장 춥고 피곤해잉~”


아침 여느호텔과 다름없이 조식 레스토랑엔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고 있었고, 빛바랜 고동색 유니폼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호텔 웨이트리스가 살며시 미소지으며 다가와, 은빛 윤기가 나도록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커틀러리셋트 옆으로 고풍스러운 무늬를 한 커피잔이 놓여있는 테이블로 안내해주었다. 테이블 옆에있는 벽난로에는 이제막 장작에 불이 붙은듯 흰 연기사이로 작은 불씨가 흔들리고 있었다.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웨이트리스의 말을 "오케이"로 흘려버리고 두꺼운 외투의 소매끝으로 커피잔을 감싸 코앞에 가져다 크게 한숨 들이켰다. 강하게 내려진 짙은 커피향이 온몸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제서야 따뜻한 기운이 등줄기를 파고들어 얼어붙은 온몸을 녹여주면서 우리는 어젯밤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젯밤 11시 30분 옐로우나이프공항에 도착했다. 때 마침 터진 Aurora G2 Strom*으로 제법 많은사람들이 옐로우나이프로 몰려 늦은 밤이었지만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오로라폭풍 아래로 추적추적 내린 가을비탓에 렌트카를 수령하는 그 시간을 참지못하고 캐리에어 꽁꽁 싸매둔 외투를 꺼내입었다. 미리 예약해둔 렌트카를 받고 운전석에 앉으니 시간은 새벽 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동안 간간히 "TripAdvisor", "Hotels.com", 과 같은 숙박어플에서는 빈방이 애매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경우가 없었는데..


그래도 가면 있겠지, 하고 옐로우나이프 5~6군데를 돌아보았는데 빈방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겨우 찾아낸 호텔은 1박에 $360CAD라고 했다. 조식포함이라고 했으면 우리 마음이 약간이나마 망설였을까 그길로 무작정 비오는 도로를 달려 으스름한 외각길옆에 차를 새웠다. 서울을 떠나온 이후 28시간동안 줄곧 숙소없이 한번도 눞히지 못했다. 침낭에 몸을 넣는게 빨랐는지, 잠에 빠져든게 빨랐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유일하게 떠오르는건 창밖으로 보이는 두꺼운 구름 틈새로 흐미하게 울렁거리는 푸른 불빛이다.


#캐나다스타그램 #옐로우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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