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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anist Nov 13. 2016

사진특집 #1

#여행사진_어떻게_찍나요?


사진을 참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을 찍기보다는 찍히는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찍혔을 때가 가장 자연스러우며, 어떻게 찍혔을 때가 가장 부드럽게 찍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차 있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 둘 셋! 그게 포즈 취한거 맞나??"

"어! 맞으니까 빨리찍어!"

"알았다. 찍으께잉~ 둘 셋!"

"..... 어 고마워~ 이제 내가 찍어주께"


제머리를 잘 깍는 중은 없는법이었다. 뭔가 부족한 이마음은 카메라 기종을 바꾸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배경에 원하는 구도까지 잡아줬는데, 왜 항상 내가 끼여들어가면 그 느낌이 나오지 않는걸까? 이건단지 반셔터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사진잘 찍는(잘 찍히는 사람이 아니라 잘 찍는) 지인에게 한번 자문을 구해본 적이 있다.


"형, 어떻하면 사진을 잘 찍힐 수 있어?"

"사진은 기술이고 다 필요없고 무조건 모델이야. 어차피 이번생에 넌 끝났어.."


난 사진에서 훈기라곤 흘러내리지 않는 일상적인 데일리형 얼굴이다. 갑자기. 사진이 싫어졌다. 시무룩해진 나를 보고한마디 거들어줬다.


"그래도 잘 찍고싶으면 삼각대로 타이머 맞춰서 써봐."


나는 카메라 앞에 섰다. 나를 찍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저 카메라를 보고 멍하니 서 있었다.


"삐빅" 소리와 함께 조리개가 열었다 닫혔다.


표정이 과하지 않게 훨씬 부드러워졌다. 얼굴에 살짝 머금은 미소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아침 출근전 거울앞에서 드라이하고 있을 때의 표정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정이 사진에 그대로 드러났다. 물론 실패할때도 많았지만, 실패해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움추러들었던 어깨가 자연스럽게 늘어뜨려지고 60개의 안면근육이 자연스럽게 이완되었다.


이제 서울을 떠나온지 4일째, 회사일도 별로 생각나지 않는 본격적인 여행자의 시기에 빠져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영어가 입에서 막 튀어나오고 지나가는 현지인들도 모두 내 친구같다. 이제야 캐나다 로키산맥의 밴프 그 풍경속에 녹아들었다.


사진은 항상 매뉴얼모드로 찍는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놓고 구도를 보고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빛에 맞춰서 조정한다. 그리곤 카메라 앞에 가서 선다.


웃는다.



잊지말자, 우리는 데일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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