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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Aug 25. 2021

그런 밤..

잠들지 못하는 밤, 잠들기 싫은 밤..

그런 밤이 있다.

잠들지 못하는 밤

잠들기 싫은 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도 거른 채 밤 11시에 퇴근한 날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만신창이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씻을 기력도 없고 말할 기력도 없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녁을 먹지 않아서일까?

욕실에서 씻고 나왔는데 미친 것 같은 허기가 밀려든다. 

그런데 이것은 생리적 공복이 아니라 심적 공복이다. 하루키 소설 <빵가게를 습격하다>에 나오는 한 밤 중에 거대한 쓰나미처럼 밀려든 공복과 같은 심적 허기다. 

너무나 허무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진 것 같은 텅텅 빈 하루.


하루 종일 일만 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나라는 존재는 까마득하게 잊은 채 회사원으로서만 올곧이 존재한 하루였다.

나를 위해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점심시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마신 게 다였을까?

일찍 퇴근하려고 저녁도 거른 채 일을 했지만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 

이렇게 잠이 든다면 오늘 하루 나를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무의미한 하루.. 로봇 직장인으로서만 산 하루였다.


이렇게 잠들기 너무 억울했다. 거실 선반에 놓아둔 잭다니엘 병을 꺼내 들었다.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어 잭콕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안주는 뭘 할까? 이 시간에 요리할 수도 없고 요리를 할 힘도 없었다. 배달? 앱을 검색하고 메뉴를 고르고 배달을 기다릴 여유는 모래사막 물기만큼도 없었다. 대신 찬장에 들어 있는 육포를 꺼냈다. 견과류도 꺼냈다. 조리가 필요 없는 간단한 안주였다. 게다가 칼로리도 비교적 낮다. 저녁을 걸렀으니 이 정도는 밤에 먹어도 괜찮다. 몇 시간 남지 않은 오늘 하루 이 정도 사치는 나를 위해서 괜찮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나 혼자 사치를 부렸다.


잭콕(온더락), 육포(몇 조각), 견과류(아몬드,피넛,호두,피칸 등)


잭콕을 한 모금 들이켰다. 눈을 감은 채로. 눈을 뜰 힘은 없다. 사무실에서 종일 모니터만 봤더니 눈이 너무 따가웠다. 안과에서는 안구 건조증이라고 했다. 인공눈물을 넣었어야 했는데 까먹고 일만 했다. 그냥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괜찮아졌다. 콜라의 단맛과 잭다니엘의 쌉싸름한 맛을 느껴 본다. 맛있는 위스키, 잭콕. 이걸 밖에서 마시면 한 잔에 7,000원이다. 그런데 집에서 마시는 것은 부담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위스키를 맘 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게 말이다.


술을 마시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오늘 했던 일도 생각나고 내일 할 일도 생각난다. 일은 일단 잊다. 사람들이 생각난다. 친구들도 생각나고 지나간 사람, 스쳐간 사람, 회사 사람, 대학 동기.. 이런저런 사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알고 지냈지만, 오늘 하루도 많은 사람들과 일을 했지만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데 결국에는 나 혼자라니.. 핸드폰 연락처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는데 전화해서 목소리 들을 사람이 한 명 없다는 게 참.. 모순적이다. 원래 나는 혼자였던 걸까? 아니면 사람들은 원래 혼자인 걸까? 모두가 모두를 원하지만 결국에 인간이란 혼자 있는 존재인 걸까..


인스타가 지겹게 느껴진다. 페북도 지겹다. 카톡에 뜨는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도 웃기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즐거운 척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또 어디를 그렇게 많이들 다니시지는 배경이 화려하다. 지금 모두 자기 방이면서 온라인에서는 모두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 프로필 사진은 뭐지? 내 프로필도 해외여행 사진이구나.. 쯧쯧. 이렇게 방구석에서 혼자 이 밤에 술을 마시면서 프사만 화려하다니.. 온라인 속 나와 지금의 나는 적도와 남극의 차이처럼 온도 차이가 많이 난다. 누가 진짜 나일까..? 

그래.. 어쩌면 현실에서 나는 이렇게 초라하니
온라인 속에 나라도 빛나는 척을 해 야하지 않을까. 

잠들지 못하는 밤

잠들기 싫은 밤 

혼자 별에 별 생각을 다한다. 술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아무와도 말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눈 뜨고 있기도 피곤한데 사람을 만나서 웃고 떠들고 기분 맞춰주고 할 여력이 없다. 정말 말 그대로 남을 위해 조금일도 쓸 힘이 남아 있지 않다.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지만 누구와도 같이 있을 수 없다. 누구도 이런 나를 받아주지 못할 것이고 나도 이런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술만이 오로지 내 곁에 있는 친구 같다. 술친구가 아니라 술이 친구.


밤늦게 야근을 하고 돌아온 밤. 

혼자 있고 싶은 밤,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밤.


화려하게만 보이는 당신에게도 이런 밤, 이런 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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