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성공 중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늦은 밤 동생과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각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질문은 “배고파?”였고 그다음 질문은 “형 얼마나 졸려?”였다.
“아니, 그런 원초적인 질문 말고 좀 질문다운 질문을 해 봐!”
그렇게 득달해서 받은 질문이 그나마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 좋은 질문이다.” 내가 운을 뗐다. 좋은 질문을 받으면 생각 회로가 작동한다.
“자 봐봐. 네가 빨리 성공하고 싶다면 사랑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나도 옛날에는 그렇게 생각한 경향이 있으니까. 누구나 성공에 집착할 때가 있잖아. 다른 건 보이지 않지. 연애는 사치 같고 시간 낭비 같고..”
맥주 캔을 홀짝홀짝 마시며 동생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만을 생각하고 실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저걸 이루어야지, 저걸 해내야지. 그런데 사람이 마음처럼 그렇게 되나? 힘들 때가 있고 좌절할 때가 있고 실패할 때가 있지. 성공을 향해 가는 길이 결코 순탄지만은 않다고. 분명히 쓰러질 때가 있어. 적어도 슬럼프가 찾아온단 말이야. 그럴 때! 내가 쓰러져 있을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줄 수 있는 게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해.”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이 ‘오~’하고 감탄했다.
생각 회로가 신나서 전류가 빨리 돌기 시작했다. 입의 모터가 빠르게 작동했다.
“나도 옛날에는 사랑과 성공을 분리해서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사랑과 성공은 같이 붙어 있는 거였어. 봐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진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방해한다? 그러면 그게 진짜 사랑일까? 반대로 내가 원하는 목표가 있고 나는 그걸 이미 이루었어. 근데 나는 혼자다? 사랑이 없다? 그러면 그게 진짜 성공일까?”
“아니…” 동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결국에는 사랑과 성공은 맞닿아 있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내가 도와주고, 나도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랑을 찾아야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해.”
“응. 맞아. 맞아.” 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은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 요즘에는 슬럼프인지 작업을 통 안 하는데 그래도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 했다.
“뮤즈라고 있지?” 내가 물었다.
“응. 영감을 주는 사람?”
“응. 너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좋을 거 같다. 적어도 네가 음악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아니야. 영감은 주지 못 하더라도 너의 음악을 좋아해 주고 너를 응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그래, 맞아. 뮤즈. 뮤즈를 만나야겠어.”
밤이 깊어가고 이야기도 깊어갔다. 그리고 나는 문득 저번 달에 텃밭에서 묶어 준 청양고추 모종을 생각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줄기가 꺾여 쓰러져 있던 걸 끈으로 묶어 주었다. 줄기가 부러져서 죽을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나서 지금까지 고추 열매를 풍성하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랑도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쓰러졌을 때 옆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사람.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