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 소속 게임단과 선수들의 논쟁이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스포츠 종목이 산업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어느새 이해당사자간의 충돌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발원지는 미국인데요. 어떤 상황인지 한편 살펴볼까요?
북미 지역에서 Counter-Strike: Global Offensive('CS:GO')의 인기는 국내 LOL 및 오버워치의 인기에 비견될 수준입니다. 미국 LA에서 최근 발족한 PEA(The Professional eSports Association, 프로게임단협회)는 Team SoloMid, Team Liquid, Cloud9, Counter Logic Gaming, Immortals, NRG Esports, and compLexity gaming와 같은 북미 지역 명문팀이 참여한 단체이고, 소속 게임단들이 CS:GO팀을 꾸리고 있지요. 그런데 PEA에서 소속 프로게이머들의 ESL Pro League 출전을 잠정 불허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PEA는 ESL과의 협력 하에 글로벌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였으나 ESL 측이 이 제안을 거절하여 PEA가 소속 선수들의 ESL 대회 출전을 막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PEA 게임단 소속 선수 25명을 대표하여 Scott “SirScoots” Smith 선수가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PEA의 장래 계획은 외부적으로는(좋은 쪽으로) 과대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 PEA 게임단에 소속된 선수들의 의사는 PEA가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무시당했다. PEA 측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만 매진했을 뿐 선수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입장을 고수했다. 선수들은 PEA 내 협의기관에서 총 7표 중 3표 만을 행사할 수 있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게임단 측 의사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PEA는 왜 선수들이 ESL 대회에 뛰지 못하게 했고, 선수들은 왜 반발했을까요? 이는 게임단과 선수의 이해 충돌에서 기인한 문제로 생각됩니다.
PEA도 할 말은 있습니다. PEA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북미팀들이 참여한 단체로서, 독자적이고도 강력한 대회를 출범시킨 후 스폰서십 유치를 통해 큰 수익을 발생시키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유럽팀이 중심이 된 WESA(World Esports Association)에는 ESL 역시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과 협력하여 더 큰 대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지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WESA, 그리고 ESL 측에서는 이러한 PEA 제안이 탐탁지 않았으리라 보입니다. 새로운 대회를 열게 될 경우 ESL이 누리던 위상이 한순간에 격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선수들이 PEA의 입장에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프로스포츠에서는 대회 상금이 팀에게 배분됨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스포츠 영역에서는 대회 상금의 대부분이 거의 그대로 선수 개인에게 지급됩니다. 선수들은 더 많은 대회에 참여할수록 더 높은 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PEA의 결정으로 인해, 선수들은 ESL 대회 상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또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배를 탄 동업자들 간에도 더 좋은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논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EA는 애초에 선수들의 의사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PEA의 원대한 계획이 실행된다면 PEA 소속 선수들 역시 큰 이익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을 위한다는 식의 포장은 적절하지 않겠지요.
선수들 역시 팀에 소속된 일원이자 PEA의 일원으로서의 지위를 상기해봐야 할 것입니다. 팀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 선수로서의 권리라면, 선수가 팀을 위해 그리고 이스포츠를 위해 지켜야 할 의무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선수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면 당연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사전에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킬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PEA 사태가 비단 미국에서 끝날 일은 아닙니다. 국내 이스포츠 게임단과 선수 사이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논쟁이기 때문이지요. 게임단은 이적료 수익을 위해 선수들과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추세이고, 계약 조항으로 특정 온라인 스트리밍사를 통해서만 개인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는 등 제약사항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논의의 끝은 계약의 해석으로 귀결될 것이니 심사숙고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